생일 선물을 열어보는 아이의 마음으로 과학관에 들렀던 때가 생각난다. 몇 년 전에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항공우주박물관에 갔었다. 그곳에서 달에 갔다 온 아폴로 11호 우주선과 그 우주인이 입었던 때묻은 우주복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프랑스에 있는 파리국립기술공예박물관에 갔을 때 화학자 라부아지에의 실험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전시공간에서 그의 실험기구들을 볼 때 놀랐다.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간 것만 같았다.
과학관을 어린이들의 학습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조금 바꿔서 온 가족이 즐겁게 산책하며 놀다오는 곳으로 여기면 좋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경북권에 있는 과학관들을 잠시 둘러보자.
◆국립 과학관으로 떠나는 여행
우리 지역에 국립 과학관이 여럿 있다. 국립대구과학관(대구시 달성군 유가읍)에 들어서면 세계에서 가장 큰 물시계가 우리를 맞이한다. 높이가 무려 11미터나 되는 물시계다. 상설전시관은 「1관: 자연과 발견」, 「2관: 과학기술과 산업」이며 4D영상관과 천체투영관 등이 있다. 또한 특별기획전으로 '탄소2050 제로시티', '독수리 자기소개 특별전', '우리 삶을 바꾼 혁신적 전자제품', '어흥! 호랑이 나가신다'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동해 바다를 품은 국립해양과학관(경북 울진군 죽변면)으로 가보자. 2020년 7월에 개관하였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아직 방문해보지 못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동해 바닷가에 있어서 과학관의 여러 전시물을 관람하는 것에 더해서 바닷가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이 과학관은 해양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고 해양과학 자원과 환경문제 해결 등을 전시하고 있다.
상설전시관은 「1존: 오션플랫폼,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하나로 연결하는 바다」, 「2존: 오션홀, 수많은 탐험가들의 이야기」, 「3존: 하나로 흐르는 바다」, 「4존: 다양한 생명체의 바다」, 「5존: 미지의 바다 도전하는 인류」, 「6존: 인류 일상 보고의 바다」, 「7존: 실시간 관측되는 바다」, 「8존: 생명의 요람 바다」, 「9존: 역동하는 지구, 변화하는 바다」, 「10존: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는 바다」 등이다.

또한 현재 기획전시로 '해양쓰레기의 북극 여행기-의도하지 않은 흔적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곳에 가면 '바닷속전망대'를 꼭 가봐야 한다. 과학관 건물 뒤편에 바다를 향해 뻗어 있는 길을 따라가면 별도의 장비 없이 동해 7미터 바다 속 생물을 만나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그리고 낙동강 옆에 자리하고 있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경북 상주시 도남동)에 가보자. 이 자원관은 국내 담수의 생물자원을 전시하고 그 미래가치를 보여준다. 성설전시관은 「제1전시실: 생명의 소중함과 생물다양성」에 '지구, 생물이 만드는 세상', '살아있는 생태계, 한반도', '인류의 소중한 자산, 생물자원' 등의 전시가 있고,
「제2전시실: 살아 숨쉬는 낙동강」에 '낙동강의 식물과 균류', '낙동강 유역의 동물들', '물고기와 새의 생활터전, 낙동강', '낙동강 생물자원 연구' 등의 전시가 있다. 또한 야외에 넓은 정원을 배경으로 바람개비동산과 옥외 풍경원이 펼쳐져 있다.
이 자원관이 있는 상주시에 들렀으면 인근에 있는 상주자전거박물관(경북 상주시 남장동)에도 들러는 것도 좋다. 자전거를 주제로 각종 자전거의 전시와 5G VR 자전거체험존도 갖추고 있다. 특히 작년 11월에 새단장하여 재개관하여 더욱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엔 호국 과학관
6.25 전쟁 당시에 인천상륙작전에 앞서 장사상륙작전이 있었다. 영덕군 해변을 달리다보면 '작전명 174호... 잊혀진 영웅들!'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힌 문산호 전시관이 바다 위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경북 영덕군 남정면)이다. 1950년 9월에 800여명의 대원을 태운 문산호가 부산항을 출발하여 장사해변에 도착했다.
이 대원들의 상당수가 14~17세의 어린 학생들이었다고 한다. 이 기념관에 들어서면 1층에 장사상륙작전 전시물이 시간적 흐름에 따라 전시되어 있고, 2층으로 가면 인천상륙작전과의 양동작전에 관한 전시가 있다. 또한 전시관 관람 후에 갑판으로 올라가 시원한 바다를 보며 산책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6.25 전쟁에서 '국가존망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후의 저지선' 다부동전투와 관련된 다부동전적기념관(경북 칠곡군 가산면)으로 가보자. 당시 국군, 북한군, 중국군과 미군 등이 실제로 사용한 권총, 소총, 기관총, 박격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에 전차, 장갑차, 헬리콥터 등도 전시되어 있어 생생한 전투 현장을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최무선과학관(경북 영천시 금호읍)에 가면 조선시대의 전쟁무기를 볼 수 있다. 영천의 대표인물인 최무선은 우리나라 최초로 화약을 개발하고 해전에서 화포를 사용했다. 이 과학관은 총통, 대한민국탄약, 신기전, 최무선함 등을 전시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과학관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김천녹색미래과학관(경북 김천시 율곡동)에 가면 기후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이 과학관의 기후변화관에서 '변해가는 지구', '6℃의 미래와 위기의 지구를 만나다', '그린 스튜디오', '내가 생각하는 기후변화', '한반도의 기후변화', '세계의 노력, 우리의 노력', '함께 지키는 푸른 지구', '그린노트' 등의 주제에 관한 상설전시가 있다.
또한 창의성과 상상력 및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공간인 무한상상실도 갖춰져 있어서 창의적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석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풍력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증가시키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영덕풍력발전단지와 영덕신재생에너지전시관(경북 영덕군 영덕읍)에 가면 생생한 현장체험과 전시를 볼 수 있다.

이 풍력발전단지에는 높이 80미터나 되는 풍력발전기들이 바람을 맞아 돌아가며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단지에서 39.6MW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것은 영덕군민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또한 이 단지 내에 있는 신재생에너지전시관에 들어가면 풍력, 태양광, 수소에너지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전시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지역의 특색에 따른 다양한 과학관들이 있다. 섬유도시 대구를 보여주는 대구섬유박물관(대구시 동구 이시아폴리스)은 800점의 섬유 관련 전시물을 보여준다. 그리고 경상북도산림과학박물관(경북 안동시 도산면)에 가면 자연과 산림의 종합적인 혜택에 대해 알려주는 다양한 전시물이 있다. 이번 주말에 가족여행으로 과학관 산책을 떠나보자.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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