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 집 주변 산책로인 강변을 따라 걷습니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발걸음이 닿는대로 걷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보고 듣고 느낀 풍경의 느낌을 캔버스에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비슷한 듯, 다른 풍경들이다. 물결에 윤슬이 아름답게 반짝이다가도 을씨년스럽고 쓸쓸한 분위기가 감돈다. 또다른 작품에서는 빛에서 날카롭고 예민함이 느껴진다.
신준민 작가에게 산책은 '풍경의 수집'이다. 눈으로 보는 시각적 풍경이 아니다. 그날의 바람, 공기, 온도, 빛, 소리의 풍경이다. 느낄 수 있지만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을 순간 포착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 여기에 기쁨과 슬픔, 분노, 외로움 등 심리적 요소가 함께 얹어지면 그만의 풍경이 완성된다.
신 작가는 "특정한 장소성을 드러내기보다 그날의 자연적 요소와 다양한 감정선을 전달하고 싶었다. 재현적 태도가 아닌 정서를 전하고자 했다"며 "당시 내가 처한 상황이나 기억, 혹은 관람객의 마음 상태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게, 누군가에게는 슬프게도 보일 수 있는 그림"이라고 했다.
그는 묽은 물감을 얇게, 여러번 붓질하며 풍경의 기억을 표현한다. 마치 그날의 바람이 풍경을 그리고 사라지게 하는 듯, 붓질과 물성이 캔버스 위에 올려졌다가 지워지고 때로는 겹쳐지며 흔적을 남긴다.
그의 작품 전반에는 유독 '빛'이 눈에 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달성공원에 갇힌 동물 등 쓸쓸하고 어두운 느낌의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코로나19 이후 실제로 도시가 적막해진 풍경을 접하게되니 마음이 아팠다. 희망을 의미하는 '빛'에 감정을 투영시켜 그려보자는 생각을 하게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작가의 개인전 '산책(La Promenade)'이 7월 2일까지 대구 중구 남산동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열리고 있다. "내가 그림을 그리듯, 풍경도 그림을 그린다. 그날의 풍경을 그린 건 우연히 마주한 그날의 풍경이 그곳을 그려줬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한편 신 작가는 1985년생으로 영남대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7차례의 개인전과 대구문화예술회관, 봉산문화회관, 수성아트피아, 대구예술발전소 등에서 30여 차례 단체전을 가졌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 수성아트피아 '수성신진작가',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 청년작가' 등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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