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북한군에 사살돼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진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해양경찰청의 당시 발표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지시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사실이면 묵과할 수 없는 은폐·조작으로 관련자 전원에 대한 엄정한 법적 처벌이 있어야 한다.
이 씨가 사살·소각된 이틀 후인 9월 24일 관할서인 인천해양경찰서는 1차 브리핑에서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만 했다. 이때 발표자는 인천해경서장이었다. 그러나 29일 해경 본청에서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에서는 "종합해 볼 때 실종자는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단정했다. 당시 발표자는 본청 수사정보국장이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인천해경서장이 자진 월북 쪽으로 발표하는 데 난색을 표하자 본청이 상급 기관인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발표하도록 했지만 역시 난색을 표해 결국 본청이 직접 발표했다고 한다. "월북으로 판단된다"로 내용이 바뀐 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방부가 지난 17일 "2020년 9월 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하달받았다"고 했는데 비슷한 시점에 '지침'이 해경에도 하달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2020년 9월 24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으나 청와대 '지침'을 받고 27일 "시신 소각이 추정되며,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공동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다. 이런 사실로 미뤄 해경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내용이 1차 브리핑과 180도 달라진 배경에는 청와대 '지침'이 있었다는 추론은 합리적이다.
이를 확인하려면 문재인 정권이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15년간 봉인한 청와대 관련 자료를 열람해야 하는데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협조할 수 없다"고 한다. '월북 몰이'의 진실을 덮으려는 또 하나의 은폐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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