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의 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소방시설 보수 명령을 받자 시설을 폐쇄해 버렸다. 중증장애인들이 5년 동안 모여 일하던 곳이었다. 그동안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소방 설비 없이 운영해 온 터였다. 공장 용도이던 공간을 임차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 사용해 왔다고 한다. 임의로 소방 설비를 설치할 수 없었다는 해명도 그래서 나왔다. 소방 당국은 시설 보수에 3개월간의 말미를 줬다. 결과는 작업장 폐쇄였다. 중증장애인 일부는 일할 곳을 잃었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까닭이다.
당최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이곳은 2017년 3월 대구 북구청으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아 포대, 장갑 등을 생산해 왔다. 화재에 취약한 물질이 주재료였다. 중증장애인 35명의 일터이기도 했다. 중증장애인들의 유사시 빠른 대피와 안전을 위한 소방시설은 필수였다. 더구나 시설 측은 장애인들을 고용한 대가로 매년 2억여 원의 보조금을 대구시에서 받았다. 5년간 수령한 보조금만 최소 10억 원이다.
소방 설비 점검이 5년 동안 없었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시설 측의 무지와 관리·감독을 맡았던 대구 북구청의 미숙한 행정이 결합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로 보인다. 장애인 보호 작업장은 관계 법령이 특히 엄격하게 예방 시설을 요구하고 있다. 스프링클러는 물론 시각경보기, 피난 구조 설비, 그리고 방염 처리된 실내 시설 등을 명시해 뒀다. 작업장을 폐쇄한 시설 측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처지였다.
방염 처리 등에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수익성도 떨어진다는 게 시설 폐쇄의 배경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장애인 관련 시설은 특별해야 한다. 행정 당국이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회안전망 확보가 포함된 비용으로 봐야 한다. 수익성을 따질 거였다면 장애인 관련 시설 운영에 심사숙고했어야 한다. 혈세를 기꺼이 들이는 건 수익 보전을 위한 게 아니다. 장애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는 공동체 정신의 합의가 기저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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