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니다. 이는 괴물을 창조한 과학자의 이름이다.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괴물은 이름을 미처 부여받지도 못했다. 누군가 프랑켄슈타인이 그 괴물의 이름이라고 말한다면 읽은 듯 읽지 않은 흔적을 드러내는 셈이다. '프랑켄슈타인'은 '파우스트'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인간성과 악마성이 뚜렷하게 대립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악마나 유령이 등장하면 독자의 이목을 끄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한다.
작가인 메리 셸리는 1816년 여름에 제네바를 여행하다가 유명 시인 바이런 경을 만나 초자연적인 소재로 괴담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고 집필을 시작했다. 21세인 1818년에 젊은 여성이라는 부담 때문에 익명으로 출간했다. 이로써 공상과학 소설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 작품은 로버트 월튼이 북극 탐험 중에 누이에게 전하는 편지글로 시작된다. 북극 항해 중에 듣게 된 기이한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이다. 월튼은 과학자인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을 위험에서 구해주고 그와 괴물 사이에 일어난 기이한 사건을 듣게 된다.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의 열정에 불탄 나머지 인간을 닮은 생명체를 실험을 통해 만들려고 하였다. 그러나 신과 같은 창조자를 어설프게 흉내 내며 생명체를 만들어낸 결과는 참혹하였다.
과학 실험으로 창조된 피조물은 괴물과 같은 흉측한 외형을 지닌 탓에 인간들의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배척된다. 그 와중에 괴물은 예기치 못한 살인 사건에 휘말리고 급기야 자신도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괴물은 인간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되며 외로워하다가 반려자가 될 여성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지만 그마저도 거부당한다.
"타락한 천사는 사악한 악마가 되는 법. 그러나 신과 인간의 적인 타락 천사에게도 외로움을 나눌 친구가 있었지만 나에겐 아무도 없다."(314쪽)
소설의 주된 화자는 탐험가 로버트 월튼과 과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다. 괴물은 몇 개의 대화체로 자신을 표현할 뿐이다. 괴물의 처지에서 인간으로부터 배척받으며 얼마나 힘들었는지, 좌절된 욕구가 어떻게 폭력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구체적 서술은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은 과학자의 윤리, 문명 발전과 인간 소외, 부모와 자녀 관계, 좌절된 욕구와 분노, 사회적 고립의 폐해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읽힌다.
이번에는 인간의 관점이 아닌 배척받는 존재로 세상에 불려나온 괴물의 시선과 감정으로 읽어 보길 권한다. 지금 현실에서도 혐오로 인해 소외된 누군가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되진 않을지 염려되기 때문이다.
배태만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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