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고생 공부 기초체력 적신호" 대구교육청, 문해력 강화 나섰다

전자 매체 통한 수업 활성화·독서량 감소…수학 개념·비문학 지문 파악 어려움 호소
왕선중 '진진가 문장 만들기' 동촌중 '슬기로운 필사생활' 특색있는 프로그램 진행 중

대구시교육청이 개발해 보급한 교과핵심개념어 카드 중
대구시교육청이 개발해 보급한 교과핵심개념어 카드 중 '관개농업'을 설명한 카드.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 신당중학교 학생들이 교과 핵심개념어 카드를 활용한 문해력 향상 수업을 듣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 신당중학교 학생들이 교과 핵심개념어 카드를 활용한 문해력 향상 수업을 듣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문해력은 모든 과목 공부에서 기초가 되는 능력이다. 기초 체력이 있어야 마라톤을 뛸 수 있듯, 문해력이 받쳐줘야 마라톤보다 기나긴 대입 공부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전자 기기를 활용한 원격수업이 활성화되고 독서량이 줄면서 학생 문해력에 적신호가 켜졌다.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수학 시간에 미지수의 개념 자체를 몰라 힘들어하고, 국어 시간엔 비문학 지문을 읽고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글자를 읽을 순 있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대구 지역 중학교들이 다양한 문해력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왕선중, 대중가요·게임 등 놀이 형태 문해력 교육

대구 달성군에 있는 왕선중학교는 올해부터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독서 놀이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달과 이달 15일 2회에 걸쳐 왕선중 도서관에선 방과 후 2시간 동안 '한 글자 활용 게임', '진진가(진짜진짜가짜) 문장 만들기', '음악 감상을 통한 단어 표현 활동' 등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문해력 향상이 필요한 54명의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 글자 활용 게임 활동 프로그램은 자신의 경험, 감정, 생각 등을 1음절 단어를 활용해 친구들과 서로 공유해보는 프로그램이다. 1음절 단어들의 다양한 쓰임새를 배우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해력을 기를 수 있었다.

진진가(진짜진짜가짜) 문장 만들기 활동 프로그램은 가지각색의 단어를 활용해 자신을 소개하는 3개의 문장을 만들고, 그 내용을 친구들과 게임 형태로 맞추는 활동이다. 문해력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친구들과 우정도 쌓을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됐다.

음악 감상을 통한 단어 표현 활동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음악의 가사를 들은 후 빈칸을 채우고 느낀 점을 단어로 표현하는 활동이다. 모두가 아는 음악을 통해 즐겁게 어휘력과 표현력을 키울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2학년 권아진 학생은 "한 글자로 된 단어들이 이렇게 많고 쓰임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한 글자로 된 단어들이 어떤 게 있는지 찾아보게 됐다.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놀랐다"고 말했다.

대구 왕선중 학생들의
대구 왕선중 학생들의 '「한 글자」 활용 게임' 활동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 동촌중, 책 필사하며 문해력 UP 우울감은 DOWN

대구 동구에 있는 동촌중학교엔 '슬기로운 필사생활'이라는 특색있는 문해력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올해 세 번째를 맞은 '슬기로운 필사생활'은 말 그대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 2달 동안 베껴 쓰는 활동이다. 몰입해서 독서를 하고 좋은 문장을 마음에 새기면서 문해력 향상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어 지원자도 계속 느는 등 반응이 좋다.

지금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모두 123명에 이르며 학부모, 교사의 참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일주일 동안 지우학관(도서관)에선 '슬기로운 필사생활'프로그램의 결과물인 필사노트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중학교용 학습도구어 카드. 대구시교육청 제공
'슬기로운 필사생활'에 참여하는 동촌초 학생들을 위해 준비된 필사노트. 대구시교육청 제공
'슬기로운 필사생활'에 참여하는 동촌초 학생들을 위해 준비된 필사노트. 대구시교육청 제공

아울러 동촌중은 블랜디드 독서 동아리인 '아무튼 독서'를 방학마다 운영하고 있다.

'아무튼 독서'는 매일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독후 기록을 통한 자기 성찰의 기회를 만들며, 책을 매개로 교사-학생 간 소통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개인 상담을 통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참여를 희망하는 4~5명의 학생들과 교사가 한 팀이 돼 같은 책을 매일 읽고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을 베껴 써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활동이 이뤄진다. 지난 2021년 여름방학부터 시작해 방학마다 꾸준히 운영돼왔다.

'슬기로운 필사생활'과 '아무튼 독서' 프로그램의 추천도서 목록은 교과 교사 6명으로 구성된 독서 동아리 '동블리'가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아무튼 독서' 프로그램에 다섯 번 모두 참여한 3학년 한 학생은 "책을 공짜로 준다는 말만 듣고 참여하게 됐는데 이제는 다음 프로그램이 기다려진다"며 "책 내용을 쓰면서 익히다 보니 집중해서 독서하는 습관이 길러졌고 더불어 세상을 보는 눈도 조금은 길러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중학교용 학습도구어 카드. 대구시교육청 제공

◆ 대구시교육청, 학습도구어·교과 핵심개념어 카드 개발해 보급

대구시교육청은 단위 학교 지원뿐만 아니라 학습 도구를 개발해 보급하는 등 중・고등학생의 기초학력 향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3월 중학교용 학습도구어 및 중·고등학교 국어와 사회 과목에서의 핵심개념어 카드를 개발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대구 내 모든 중・고등학교에 보급했다.

학습도구어(academic vocabulary)란 여러 교과에 두루 사용되면서 사고와 논리 전개 과정을 나타내는 학습어휘를 의미한다. 시교육청은 중학교에서 사용하는 여러 교과서에서 활용 빈도가 높은 어휘를 추출해 그 어휘의 개념과 용례, 연관 검색어를 엮어 낱말카드 형태로 제작했다. 이렇게 제작된 학습도구어 낱말카드엔 기본 어휘 121개, 확장 어휘 48개가 포함돼 있다.

또한, 교과 핵심개념어 카드는 2015 교육과정의 성취수준과 해당 교과의 교과서를 분석해 그 교과의 특수한 내용을 구성하는 핵심 어휘 목록을 추려서 만들어졌다. 어휘의 사전적 의미 및 교과 문맥적 의미, 용례로 구성돼 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해 정보를 습득하는 학습의 중요한 도구"라며 "문해력 부족은 학습부진과 학습격차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된다. 학습 도구어와 교과 핵심개념어 카드가 코로나19 시기 학습 결손으로 생긴 기초 학력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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