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치안감 인사번복' 논란에 "국기문란…공무원이 할 수 없는 과오"

"말이 안 되는 일, 저는 행안부에서 검토해 올라온 대로 재가"
경찰국 신설 논란엔 "검찰도 법무부에 검찰국" 반박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의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대해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23일 서울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관련 논란을 두고 "아직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정안전부에서 검토해서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인사가 밖으로 유출됐다. 이것이 또 언론에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에서 행정안전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을 해버린 것"이라며 "말이 안 되는 일이고, 이것은 어떻게 보면 국기문란일 수도 있다.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참 어떻게 보면 황당한 이런 상황을 보고 언론에선 마치 무슨 치안감 인사가 번복됐다고 하는데, 번복된 적이 없다"며 "저는 행안부에서 나름 검토를 해서 올라온 대로 재가를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21일 오후 7시쯤 치안감 28명 규모의 보직 내정 인사를 발표했다.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 등 경찰 상층부를 교체하는 내용이다.

인사안이 번복되자, 경찰 안팎에서는 행안부나 대통령실에서 발표 후에 몇몇 인사를 바꾸라고 외압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를 두고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대통령은 경찰 인사안을 수정하거나 변경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 등 보도에 따르면 인사안이 바뀐 것은 행안부 치안정책관이 경찰에 치안감 보직 내정안을 보내면서 최종안 대신 초안을 잘못 보내면서 생긴 해프닝으로 추정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15일 미국 출장을 떠나기 전에 인사안을 짜놨다. 이 장관이 귀국한 뒤 21일 오후 6시 15분 경찰은 행안부 치안정책관으로부터 치안감 보직 내정안(案)을 받았다. 1시간쯤 뒤 경찰은 경찰 내부망에 이 내용을 올리고, 언론에도 알렸다.

이어 오후 8시 38분 치안정책관이 경찰청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해 "잘못된 내용이 발표됐다"고 했다.

치안정책관은 처음 경찰청에 인사안 초안을 보낼 당시 "(지금 보내는) 보고 양식에 맞춰서 대통령실과 협의해 결재를 올릴 준비를 하라"는 취지의 말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경찰이 최종안이라 판단했고, 대통령실과 결재 협의를 하기 전에 발표부터 하면서 혼선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 뒤 경찰은 오후 9시 34분쯤 7명의 보직을 바꿔 다시 인사를 발표했다. 이후 오후 10시쯤 대통령 결재가 났다.

한편, 윤 대통령은 행안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면 경찰 수사의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경찰보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잘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치안이나 경찰 사무를 맡은 내각의 행안부가 거기(경찰)에 대해 필요한 지휘 통제를 하고, 독립성이나 중립성이 요구되는 부분에 대해선 당연히 헌법과 법률에 따라, 원칙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