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대비 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5원 오른 달러당 1,301.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마감한 것은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2년 1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1,350까지 예상"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이번 주 들어 이날까지 총 14.5원 상승했다.
환율은 전장보다 1.7원 오른 1,299.0원에 출발한 지 약 10분 만에 1,300원을 뚫었고, 그로부터 약 20분 뒤 1,302.7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후 고점 부담과 국내 외환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1,296.6원까지 내렸다. 실제로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나온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외환시장이 개장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이에 연동돼 원/달러 환율은 다시 1,300원대로 올라갔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을 가속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로 위험자산 회피 경향이 커지며 원화 가치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 1,3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등을 최소화하겠다"면서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해 당국의 개입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을 키울 수 있었다.
◆기업들도 비상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며 국내 기업들도 비상이다.
수출단가 측면에서는 고환율이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원자재 수입과 맞물려 물가상승이 심화하는 국면이라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항공업계는 높아진 환율로 인해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항공사들은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비를 주로 달러로 지급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환율까지 오르며 '이중고'에 처한 상황이다.
달러로 갚아야 하는 외화 부채도 문제다.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대한항공은 약 41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284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신규 항공기 도입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들의 해외여행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객 수요가 기대보다 늘어나지 않는다면 국제선 운항의 단계적 확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정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당장의 영업 활동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환율의 움직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표시 채권 발행이 많은 정유업계는 환율 상승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요 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에다 환율을 적용해 산정되는데 국제 유가가 계속 치솟는 데다 환율까지 오르면서 기업은 물론 소비자의 부담도 더 커진다는 것이다.
통상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공식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우리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원화 표시 매출액이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환율 상승으로 인한 효과는 과거처럼 크지 않다는 것이 기업들의 분석이다.
수출이 주력인 자동차·조선·가전 등의 경우 단기적으로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겠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부작용도 크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지어 현지 생산과 판매를 늘리고 있어 환율 영향을 덜 받는 측면도 있다.
주력 수출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업계는 환율이 오르면 원재료 가격 등 비용이 덩달아 늘어나지만, 전반적으로는 수익성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해외에서 필수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반도체 장비나 원재료 비용 지출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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