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걷고 싶은 도시 대구, 충분한 대안 마련이 우선

대구시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에 편리한 '워커블-시티' 사업을 예고했다. 우선 통일로(대구역네거리~옛 경북도청)를 걷기 좋은 구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나와 있다. 그러나 대구시의 '걷기 좋은 도시' 구호는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행자 중심 교통 문화의 상징인 대중교통전용지구(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가 개편 요구에 직면해 있다는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다. 대구시가 실시한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쾌적한 보행자 공간 확보와 원활한 대중교통 운행에서 호평을 받았다.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 도로로 바뀌었으니 환호할 만하다. 그러나 그림자도 존재한다. 교통 접근성이 낮아지며 일부 건물은 활기를 잃었다. 상권 활성화는 기대 이하다. 13년 동안 여러 상점이 폐점한 게 증거다. 임대 알림판을 내붙인 곳들이 지금도 수두룩하다.

유동 인구 등 주요 지표 역시 수치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온라인 쇼핑 등 소비 패턴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지만 유동 인구는 상권 활성화와 직결된다. 향촌동과 동성로의 랜드마크로 꼽히던 동아백화점 본점, 대구백화점 본점, 롯데영플라자 대구점 등 대형 상업시설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그 자리를 주상복합 등이 대신한다면 교통 수요 해결을 위한 구조 개편은 불가피하다.

대구시는 2026년까지 '워커블-시티' 사업을 추진할 거라고 한다. 내년까지 50억 원을 들여 통일로 1.5㎞ 구간부터 시범 실시한다. 보행자가 늘면 교통 문화가 바뀌고 주변 상권도 살아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사항이 담겼다. 문제는 통일로에도 주상복합 등 대형 주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것이다. 교통의 흐름은 풍선과 같아서 한쪽이 막히면 다른 쪽이 부풀게 돼 있다. 통일로 구간이 대중교통전용지구와 같은 형태가 된다면 칠성남로와 침산남로의 기능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걷기 좋은 도시는 교통 접근성 저하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충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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