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원 구성 조건으로 ‘이재명 고소·고발’ 취하까지 내건 민주당

21대 후반기 국회가 25일째 가동 중단 상태다. 원 구성 협상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탓이다. 이는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겠다는 약속을 파기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에서 대통령 선거 과정의 고소·고발을 취하하라는 요구도 했다. 이를 두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을 살리기 위한 정략"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홍근 원내내표는 "얼토당토않은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진성준 원내 수석부대표도 "이재명이라는 이름조차 거명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협상에서 진 수석부대표가 "양당이 신뢰 회복 차원에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한 것은 사실이다.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힘의 고소·고발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것뿐이니 진 수석부대표의 제안은 이 후보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로 읽히는 것은 자연스럽다. 권 원내대표가 "우리가 (고소·고발)한 것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것뿐"이라고 한 이유다.

이렇게 원 구성과 무관한 사안까지 협상 조건으로 내거는 것은 조속히 원 구성을 완료해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을 법률 개정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여당의 다급함을 이용해 정략적 이득을 챙기려는 저급한 술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윤 정부의 경제정책 중에는 법률이 개정돼야 하는 것이 많다. 법인세 인하는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윤석열 대통령이 특히 강조하는 규제 완화는 공정거래법과 중대재해법 등 여러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안전운임제' 연장 문제, 주 52시간제 보완, 재정 준칙 도입, 유류세 인하 등도 마찬가지다. 유류세 인하의 경우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똑같이 법정 최대 인하폭을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빨리 입법을 추가로 해야 한다"고 했다. 낯간지러운 립서비스다. 원 구성이 돼야 추가 입법을 하든지 기존 법률을 개정하든지 할 것 아닌가. 민주당은 법사위 양보 약속을 지켜 조속히 원 구성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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