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주52시간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노동시장 개혁을 놓고 주무 부처와 대통령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셈이다. 국민 삶과 직결되며 경제 파급력이 지대한 사안인데 정부 안에서의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23일 고용노동부는 주당 52시간 근로를 금지한 현행 규정을 한 달 평균 주당 52시간으로 맞출 경우 허용해 주고 연공서열 중심인 급여 체계를 성과주의 중심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안을 발표했다. 주52시간제 개편이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인 데다 주무 부처 장관이 공식 브리핑까지 했으니 이제 노동시장 개혁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고 국민들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서 기자 질문을 받자 "보고받은 것이 없다" "언론 보도에 나와서 확인했다"라고 답변했다. 주무 부처의 공식 발표를 하루 만에 대통령이 사실상 뒤집은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가운데 "브리핑 자료를 대통령실과 공유했다"라며 말을 아꼈다.
드러난 정황을 보면 고용노동부가 국정 최종 책임자에게 보고됐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노동시장 개혁안을 성급히 발표하면서 생겨난 해프닝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부처 간의 소통 혹은 조율 부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내각이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을 하라는 것이 윤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노동시장 개편 같은 국가 중대사라면 발표 전 충분한 조율이 이뤄졌는지 주무 부처도, 대통령실도 확인하고 또 확인했어야 했다.
이번 해프닝은 경찰 치안감 인사 발표가 몇 시간 만에 번복된 것과 맞물려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비치지 않는다. 아무리 출범 초기라고 하지만 정부 부처 간 손발 안 맞는 모습이 되풀이된다면 국민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노동시장 개혁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국민 갈등 소지가 큰 이슈일수록 치밀한 구상과 밑그림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정교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기 바란다. 정부에는 예행 연습 기간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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