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평
매일신문은 제8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대상작으로 김병우 씨의 '부운(浮運)'(논픽션)를 선정했다. 논픽션, 시, 수필 3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한 심사에서 대상작 '부운'을 비롯해 부문별로 당선작 5편씩 선정했다.
지난달 14일 응모작 접수를 마감한 매일시니어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이틀 뒤인 16일부터 예심에 들어갔다. 논픽션, 시, 수필 등 3개 부문에 모두 1천32편이 접수됐다. 부문별로는 ▷논픽션 21편 ▷시(시조 포함) 편 620편 ▷수필 391편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응모작들이 시니어문학상의 수준을 한 층 더 끌어올릴 정도로, 기준치를 웃도는 수작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순원 소설가는 "입상작들의 문학적 성취는 아주 흡족하다"며 "시니어문학상을 왜 해야 하는지, 존재 의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홍억선 수필가도 "올해 응모작들은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과거에 비해 문장력과 문학성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고루 성장한 경향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논픽션 심사평…저마다 왕국의 절절한 기록들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여섯 편이었다. 다들 70년을 넘게 사신 분들이라 그렇게 살아온 인생 속에 나라가 하나 세워져도 좋다. 그런 분들의 논픽션은 저마다 왕국의 절절한 기록들이다. 그러나 개인 왕국의 연대기 기술에도 기록으로서의 우수성과 문학으로서의 향기와 감동이 함께 해야 한다.
'아유보완'은 40여 년간의 교사생활을 퇴직한 다음 새로운 도전으로 국제협력봉사단(KOICA)의 일원으로 스리랑카에 봉사를 떠난 분의 이야기다. 낯선 풍광과 낯선 생활 속의 기록이 흥미롭지만 좀더 깊은 사유가 담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는 김치전도사였다'는 35년 전 53세의 나이로 처음 일본에 가서 김치공장과 도시락공장, 한식당을 경영한 글쓴이의 회고담이 고비마다 뭉클함을 준다. 그러나 말이 아닌 글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좀 더 가지런한 정리가 필요하다.
'어둠으로 새벽을 열 듯'은 뒤늦게 찾아온 병마와 싸우면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펼쳐나가는 분투기 형식의 글이다. 아런 분들의 인생을 다루는 글이라면 글 꾸밈에 치중한 수식 많은 문장보다 삶에 좀 더 진솔한 문장을 썼더라면 전달력도 한결 나아졌을 것이다.
'나는야 영원한 문학청년'은 제목 그대로 글재주가 좋은 분의 글이다. 나 하나가 아닌 모두를 위해 앞장섰던 삶이 좌절하는 회한도 잘 그려졌다. 제목이 만년의 문학공부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주제를 살리면서도 앞부분의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갈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치매노인을 위한 꿈'은 남다른 뜻을 가진 한 사람의 삶이 이루어 펼쳐내는 벅참과 숭고함이 잘 담겨 있다. 부분별 당선작으로 꼽아도 부족함이 없는 글이다. 뜻도 바르고 이룸도 큰데 논픽션도 기록과 문학의 한 형식인데 글로는 너무 무난한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이 아쉽다.
'부운'은 국가로부터 '호국영웅기장증'까지 받은 6.25 참전용사였던 아버지가 막상 돌아가셨을 때는 국립묘지 안장 신청이 거절된 사연을 아들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삶을 다시 하나하나 되짚어보듯 반추하며 거기에 노년으로 다가가는 자신의 삶까지 짚어보는 수작 중의 수작이다. 매일시니어문학이 아니면 찾아내기 힘든 우리 삶과 역사의 보석과 같은 글이다. 이것이 바로 삶의 언어고 기록의 언어가 아니겠는가. 수상을 축하한다.
◆수필 심사평…자전 체험기에서 본격수필 경연장으로
수필 부문 응모작 400여 편은 고운 체로 미리 걸러서 넘어온 듯 그 수준이 골랐다. 수치로 계량해 본다면 100을 기준으로 70에서 90 사이에 들어 있어, 응모 편수는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으나 전편을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8회째라는 비교적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응모작들의 경향에 변화가 있어 왔음을 말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2015년 제1회 문학상 공모 안내문에는 "가난과 폐허 속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건설한 실버들의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를 기다린다."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본인이 직접 쓸 수 없을 경우 가족들의 대필도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살아오는 동안 만나고 헤어졌던 기쁨과 슬픔, 잊지 못할 기억들의 자전 체험기에서 이제는 글을 매만져본 이력의 일반인 또는 등단 10년 미만 문인들이 겨루는 본격수필 경연장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번 심사에서 최종적으로 선정된 작품은 '두꺼운 북소리', '단풍깻잎', '부화하는 저녁', '나는 반려둥물이다', '겨울 감나무' 등 5편이다. 이들 선정작은 괄호 속에 적어놓은 작품들과 묶어서 평가했으며, 한 작품이 우수하나 함께 제출한 작품들의 편차가 심한 경우에는 후순위로 밀어두었음을 밝힌다.
'두꺼운 북소리(무딘 칼 한 자루, 마지막 집)'는 전통 소재인 북을 통하여 가족사의 애환을 접목시킨 작품으로 의미화 작업과 구성력이 탄탄했다. '단풍깻잎(오빠)'은 일상의 소소한 소재를 모정과 인생의 노화 과정으로 촘촘히 연결한 서술성이 돋보였다. '부화하는 저녁(옛집)'은 여성의 완경을 소재로 다루었다. 초승-보름-그믐의 주기와 그믐달은 그 이후 새 생명을 키우는 부화하는 시간이라는 긍정적 착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는 반려동물이다'는 문학적 장치 없이도 즐거움을 주는 행복수필류이다. 의뭉스러운 필치가 미소를 머금게 하고 작가의 여유를 짐작하게 했다. '겨울 감나무(어미닭)'는 가족사 수필이다. 한 인생이 이 세상에서 남기고 가는 족적, 특히 부성애와 모성애라는 항상성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눈에 띄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동급의 역량에도 불구하고 심사자의 어둔 눈길에서 벗어난 대부분의 응모작들에게 위로를 보내며, 쉼 없는 열정은 다시 기회를 부른다는 말로써 격려를 드린다.
◆ 시 심사평…숙련미와 치열성, 노련함까지 엿보여
사상 유례가 없는 코로나 범유행 사태를 겪으면서 특히 시니어 연령층의 마음고생은 헤아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많은 노년층의 희생을 바라보면서 삶은 결코 외형적인 실존만이 아니라 형이상적인 궁리에 문명사적인 가치를 부여해 왔는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번 제8회 매일 시니어 문학상 시(시조) 부문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응모자가 몰려 수준 높은 작품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우선 심사에 앞서 시니어 문학상이 지향하는 삶의 질적인 향상을 주된 가치 덕목으로 합의하고 심사에 들어갔다. 젊은이들의 장기인 감각이나 치밀한 문장 구성 등의 패기보다 체험과 경륜에서 확보한 건강한 정신이 이룬 보편적 가치에 주안점을 두고자 한 것이다. 물론 당선권에 근접한 작품들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숙련미와 일정한 치열성이 갖추어져 있었고 10년 미만이기는 하지만 이미 기성 문인의 노련미도 엿보였다.
그런 가운데 이봄희 씨의 '아우라지', 하호인 씨의 '둥근 슬픔', 심금섭 씨의 '산국', 최종만 씨의 '투명한 외출', 김영애 씨의 '호박 보름달' 등 네 편의 시와 한 편의 시조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서사적 소재에서 읽어내는 감성의 깊이가 돋보이는 '아우라지', 누에치기라는 추억을 소재로 상상력과 은유를 잘 조합한 '둥근 슬픔', 평범한 소재이면서도 치밀하게 조탁하여 단시조의 규범을 보인 '산국', 평범한 소재에서 읽어내는 시적 반성과 성찰이 돋보이는 '투명한 외출', 체험과 상상력을 잘 직조하여 메시지 전달에 성공한 '호박 보름달' 등은 각기 일정한 성과를 확보해 입상의 영예를 차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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