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25년 남구 대명동에 처음으로 건립된 명복공원(4만5천349㎡)은 1966년 현 위치인 수성구 고모동으로 이전했다. 화장로 6기를 시작으로 1986년 3기, 2007년에 2기를 각각 증설해 현재 11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1기는 예비용으로 남겨 놓고, 평소에는 10기를 가동한다.
코로나19 이전 명복공원은 하루 최대 45구의 시신을 화장했다. 한 회차에 회장로 5기씩을 가동해 하루 9차례 운영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존보다 1회 늘려 10회차까지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곳 관계자는 "과부하 우려에도 10회차까지 가동 중이다. 그래도 시신 50구 예약이 가득차고 있다"며 "기존 9회차로 돌리면 현재 화장로 기수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명복공원 화장로는 매일 최대 가동 중
화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회차를 늘리는 방안도 있지만 이 경우 기계 결함이 우려된다. 시신 화장을 위한 화장로 온도는 최소 780~1천200℃ 수준이다. 장시간 높은 온도로 화장로의 열이 축적될 경우 가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곳 관계자는 지난 3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14회까지 증차했을 때의 아찔한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당시 회차가 너무 많아져 '화장로가 고장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에 매일 노심초사했다"며 "화장이 최대 5일까지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만약 화장로가 고장이라도 나면 수많은 시신들이 연이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화장로 1기당 하루 적정 수준은 2, 3구다. 명복공원은 지난해 화장로 1기당 하루 평균 4.2구를 화장해 적정 수준을 훨씬 초과했다. 화장로 보수 업체 한 관계자는 "하루에 화장로 1기가 시신 3구 이상 화장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망가지기 시작한다"며 "현재와 같은 화장 수요를 이어가기 위해선 유지 보수 비용을 계속 투자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좁은 부지에 편의시설 확충은 언제?
좁은 공간과 부족한 편의시설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명복공원은 다른 화장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별실이 없다. 시신이 화장장으로 들어가기 전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고인과 작별하는 게 전부였다. 이마저도 노출된 구조 탓에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애도할 수밖에 없었다.
고인이 화장하는 동안 유족들이 기다리는 공간도 부족하다. 명복공원의 화장로 기수는 11개지만 유족대기실은 3곳에 그친다. 서로 모르는 유족들끼리 한 공간에서 고인을 기리고 있다.
명복공원에서 화장을 3번 치렀다는 A(52) 씨는 "가능하다면 가족끼리 한 공간에서 슬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비가 올 때면 공간이 좁은 탓에 밖에서 우산을 들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이 밖의 시설도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쉼터로 조성된 곳은 규모가 33㎡(10평) 남짓하고, 식당에는 별도의 취사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장례지도사 B(50대 중반) 씨는 "경북과 울산 등 인근 화장장과 비교했을 때 명복공원은 편의시설이 조성돼 있다고 볼 수 없다. 대구시 인구를 생각하면 수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민 반대로 신설‧현대화사업도 난항 예상
최근 5년 사이 지역의 화장 수요는 급격히 늘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6년부터 82.7%였던 지역 화장률은 매년 1~2%씩 증가하다 2020년에는 90%를 넘어섰다. 지난해도 잠정치 90.8%를 기록하면서 최고치를 새롭게 갈아치웠다.
고인과 유족 등이 화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경제성과 편의성이다. 매장의 경우 중장비를 동원해야 하고 토지 매입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반면, 화장은 지역 내 화장장을 통해 저렴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다. 또 매장처럼 벌초 등 관리가 필요 없는 데다 접근성까지 갖춰 화장 장례를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명복공원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화장시설이 기피시설로 여겨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님비현상(자신이 사는 지역에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화장로를 기존 11기에서 16기까지 늘리고 진입도로를 확장하는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그때마다 인근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명복공원이 건립된 지 50년이 넘었지만 최소한의 리모델링만 이뤄진 채 시설 확충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주민들의 반대 탓"이라며 "화장로 증설과 편의시설 개선의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시설 확충에는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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