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준석의 롤모델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디코이와 간장, 흑화(黑化)'.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구사하는 언어는 암호 같다.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는 언어를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신이 속한 30대의 언어도 아니다. 언어는 그 사람의 사고 체계를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의 언어 구사는 정치권에서 생소하다. 여당 대표의 한마디는 국회의원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말 한마디에 따라 정국의 향배가 달라질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30대 0선 대표가 당선된 것은 정치 혁명이라고 할 만한 일이지만 이제는 이 대표가 정치 혁명을 기대했던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느냐를 곰곰이 따져 봐야 할 시점이다. 그가 20, 30대만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아님에도 '이대남'만을 대변하는 듯한 언행을 일삼는 것은 여당 대표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노파심을 갖게 한다.

정치인이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신의 출세를 위하거나 생존하기 위한 '자기 정치'라면 그런 정치인은 퇴출돼야 한다.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은 대선 패배의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계양을 보선에 나서 '자생당사'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이 대표의 최근 행보는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8월 전당대회 출마를 굳힌 이재명 의원의 정치적 선택을 타산지석으로 여기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 대표는 성 접대 의혹과 측근을 통한 무마 의혹으로 당 윤리위에 회부돼 있다. 윤리위의 결정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생명에 타격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대표는 "사실관계가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며 경고라도 내린다면 악당이 될 수도 있다면서 '흑화' 운운하는 등 윤리위를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제기된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한 이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의혹 부분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를 만나라며 측근을 대전까지 내려보낸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거짓말은 정치적 신뢰를 무너뜨린다. 집권 내내 사과 대신 발뺌으로 일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이 이것과 오버랩되고 있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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