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대안의 클래식 친해지기] <23> 쇤베르크의 '12음렬 음악'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장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장

20세기 유럽은 그 어느 때보다 미래가 불확실했다. 산업혁명으로 인구의 대량 이동과 냉혹한 현실은 미래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다. 인간이 지닌 기존 가치가 무너지고 사람들의 불안과 혼란을 가리기 위해 눈과 귀를 자극했다. 사람들을 더 자극할 수 있는 화려한 거리 퍼레이드와 카페마다 아름다운 음악이 넘쳐났다. 음악가들의 화려한 기교에 열광했고 유럽 각 도시에서는 쾌락을 위해 오페레타와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왈츠가 성행했다. 이것들은 냉혹한 현실을 잊기 위한 눈가림이나 탈출구에 불과했다.

이때 지각 있는 음악가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들이 듣기에 좋은 음악보다 새로운 음악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수세기동안 이어온 조성음악은 드뷔시나 바그너, 바르톡이나 힌데미트 등에 의해 서서히 붕괴되어 갔다. 조성음악은 으뜸음이나 으뜸화음을 중시하는 체계이므로, 모든 음은 으뜸음으로 진행하려는 속성을 가진다. 특히 이끔음 '시'와 딸림음 '솔'은 으뜸음 '도'로 귀속하려는 본능이 충실한 음들이다. 그래서 마침법에서는 딸림화음이 으뜸화음으로 진행하는 것을 '바른마침'이라 여긴다.

프랑스혁명 이후 유럽의 봉건사회가 무너지고 개인의 자유와 인격이 존중되는 시기였다. 백성들은 군주를 위해 존재하는 봉건사회는 마치 모든 음들이 으뜸음으로 진행하려는 조성음악의 기능과 닮아있다. 봉건사회의 몰락은 다가올 조성음악의 몰락을 예고했다. 더 이상 으뜸음 '도'가 주인이 아닌 각각의 음들이 존재감을 가지는 무조(無調)의 시대를 열었다. 중세 교회음악에서 종지음 체계나 르네상스 이후 으뜸음 중심의 조성음악 체계를 무너뜨렸다.

작곡가들은 세기말의 예술사조인 표현주의에 입각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극단적인 높은 음역이나 낮은 음역의 연속적인 사용과 자유로운 박자와 리듬을 사용했고 불협화음을 빈번하게 사용함으로써 조성의 안정감이 흔들리게 되었다. 결국 조성음악의 구속에서 벋어나 무조음악이 도래했다.

표현주의 사조를 따르던 작곡가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1874~1951)는 마침내 어떠한 음에 귀속되거나 강조하지 않는 12음렬 음악을 창안했다. 한 옥타브 내에 있는 12개의 반음을 고르게 사용하도록 일정한 산술적 규칙에 따라 음렬을 배열하여 진행시키는 것이다. 한 개의 음이 연주된 경우 나머지 11개의 음이 연주되기 전에는 그 음을 다시 연주하지 않는다. 이러한 규칙에 따라 12음렬을 역진행과 반진행, 그리고 다시 역진행의 반진행 방법으로 총 48개의 음렬을 사용하여 작곡해 나갔다.

이것은 12음의 음정뿐만 아니라 길이, 강약, 음색에까지 통제하여 '총렬주의'(總列主義)로 나아가면서 음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한동안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1925년 쇤베르크가 12음 기법을 창시할 무렵 이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단지 그의 제자 베르크와 베베른은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을 따라 더욱 체계를 세워 나갔다.

오늘날 현대음악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대음악이 사람들에게 어렵게 들리는 이유는 바로 비화성음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12음렬주의의 영향이 큰 탓이다. 12음렬 음악이 시작된 지 한 세기가 다 된 이 시점에도 쇤베르크의 음악이 음악회 레퍼토리에 좀체 올라가지 않는다. 조성음악에만 국한 하지 말고 점차 귀를 열어 무조음악과 12음렬 음악도 들어보도록 하자.

대구시합창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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