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일본 니이가타대학의 연구 발표에 의하면, 70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의 사망률을 조사했을 때, 남아있는 치아가 20개 이상인 사람의 5년 사망률이 2.5%인 반면에 남아있는 치아가 19개 이하인 사람의 5년 사망률은 6.1%인 것으로 나타나, 남아있는 치아가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래 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2021년 미국과 중국의 공동연구팀이 3만4천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치아 상실과 치매 발생 위험도의 상관관계를 발표하였는데, 치아 상실이 많을수록 인지장애와 치매의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보건원(NIH) 홈페이지에도 소개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바가 있다. 또한 2021년 일본 오사카대학교 치과대학 연구팀은, 어금니로 깨무는 교합력을 5단계로 나누었을 때, 무는 힘이 가장 약한 그룹은 가장 센 그룹보다 뇌졸중과 심장병 발생 위험이 5배나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와 같이 사람의 씹는 기능은 단순히 음식을 잘게 부수어 소화 기능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뇌의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뇌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뇌졸중이나 심장병의 발생도 억제하기 때문에 전신 건강의 유지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노인에서는 씹는 기능의 장애가 발생하면 영양 결핍을 초래하기 쉽고, 그것은 바로 근감소증과 노쇠를 일으켜서 거동 불능과 장기 요양의 길로 접어드는 관문이 되기 때문에 노인의 구강건강 관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실제로 외국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노인의 영양 결핍과 그로 인한 노쇠와 질병이 노인 의료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며, 노인 영양결핍을 초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씹는 기능의 저하라고 하면서 노인의 씹는 기능과 삼키는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가 있다. 세계에서 최고의 장수 국가인 일본의 경우, 75세 이상 노인의 구강건강점검 항목으로 치아와 잇몸의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교합과 씹는 능력, 혀의 기능, 삼키는 능력, 그리고 구강 건조의 평가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노인의 씹는 기능과 삼키는 기능의 유지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에 구강검사가 포함되어 있지만 치아와 잇몸 상태에 대한 육안검사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씹는 기능과 삼키는 기능과 같은 구강기능 전반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요양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고 있는 노인들의 구강건강 관리가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자기 스스로 잇솔질과 같은 구강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자가 구강관리가 불가능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서 일반인들의 병실 출입마저 통제되는 상황에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구강관리가 더욱 방치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장기 요양 중인 노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흡인성 폐렴도 씹는 기능과 삼키는 기능의 저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요양병원 환자의 구강관리를 위한 사회적 관심의 제고와 촉탁 치과의사 제도의 활성화와 같은 제도적 보완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노인의 좋은 구강건강은 노인 의료비를 줄이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행복한 노후의 필수조건이다.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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