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이 7주 연속 상승했다. 감내하기 어려운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주 대형 화물을 보낼 일이 있어 화물차를 수배했더니 화물차 기사는 "고유가로 운행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며 하소연을 했다. 화주(貨主)가 된 필자가 더 마음이 아팠다.
고유가에 물가 급등, 환율 불안정, 부동산시장 하락, 금리 인상 등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전조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상황보다 더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다가왔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은 물론이고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검사 출신으로 첫 금융감독원장을 맡은 이복현 원장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했던 오일쇼크 때와 유사하다"고 진단하면서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지만 정부나 정치권의 대응은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무엇보다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나 정치권이 입만 열면 민생을 최우선시하겠다며 공언하고 있지만 민생은 길거리에 내팽개쳐진 것이나 다름없다. 옛말에도 '이식위천'(以食爲天)이라고 했다. '밥이 곧 하늘이다.' 백성의 밥그릇을 챙기는 것이 위정자의 최우선 책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국회는 한 달째 멈춰 섰다. 5월 29일로 전반기 국회가 끝나면서 하반기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상임위원장을 뽑아야 국회의원들을 상임위로 배정하고 법안 심의 등 정상적인 국회 활동을 할 수 있다. 여야는 그러나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공방만 벌이고 있다. 과반 의석이 넘는 다수당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양보안을 제안하면서 협상에 물꼬를 트는 듯했지만 '검수완박' 후속 조치인 사개특위 구성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면서 국회 정상화는 무산됐다.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이 느끼는 고유가와 고물가, 고금리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럽다. 국회의원들은 매달 110만 원의 차량 유류비와 35만8천 원의 차량 유지비 등 145만8천 원의 차량 관련 지원금을 국회 사무처로부터 받는다. 지역구가 지방인 의원들은 KTX를 이용하면 공무 지원 출장비도 받는다. 국회의원들이 살인적인 고유가와 물가 급등에 따른 고통을 절대로 체감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국회를 공전시키면서도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꼬박꼬박 챙긴다. 원 구성을 하지 않으면 세비와 차량 유지비 등을 주지 않는다면 여야는 밤을 새워서라도 협상에 나서 세비를 받으려고 안달이 날 것이다. 당장 국회는 이번 달 세비를 반납함으로써 민생을 도외시하고 당리당략을 고집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부터 하는 게 어떤가.
국회 정상화는 어쨌든 여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윤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것이 여당이다. 민주당도 지난주 워크숍을 통해 '국민, 오직 민생을 위해 하나가 되겠다'는 제목의 결의문을 내놓으면서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고 정치가 있을 곳은 국민 삶의 현장'이라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말로만 '민생'을 외치면서 싸움질만 해대면서 서로 삿대질하는 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윤리위의 결정이나 민주당의 당권 향배가 '민생'에 우선할 수는 없다. 국회는 6월 세비부터 반납하라.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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