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꽃이 이쁘냐, 상추가 이쁘냐'는 나의 물음에 친구는 '상추'라고 해서 상추 4포기와 대파, 방울토마토를 심은 0.33㎡ 남짓한 밭을 선물했다. 그녀는 '농촌 출신이 아닌데 어떻게 시인이 되냐'고 놀릴 때마다 '도시에는 사람이 있잖아'라고 대답하곤 했다.
전염병 '코로나19'로 바깥출입을 할 수 없을 때, 나는 불안과 공포를 시와 채소들을 키우며 몸과 마음을 다스렸다. "집에 갇혀/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중략 / 그리고, 석방되어/ 골목에서 스치는 사람들과/ 입을 가리지 않고/ 함께 숨 쉴 수 있는/ 일상의 봄/ 활짝! 핀 꽃밭을 주문한다" (안윤하의 '일기 20.02.28' 일부)
그렇게 나의 손바닥 농사는 시작되었다. 방울토마토의 순을 꺾어 흙에 꽂아 꺾꽂이를 했다. 늦가을에 화분을 베란다로 옮겼더니 주먹만 한 토마토며 고추, 가지들이 주렁주렁 달려 다년생인 것도 알게 되었다. 햇볕이 깊게 들어오는 겨울은 배란다 농사의 적기이다. 겨우내 그것들은 산소와 청정공기와 채소를 제공하고 생명의 기운을 준다. 늦게 배운 손바닥 농사가 나의 삶의 의욕을 북돋우고 있다.
농사가 인간의 생명을 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면 문학과 예술은 인간의 정신을 고양한다. 예술은 싱싱한 독창적 사유가 중요하지만 오랜 인생 경험은 감동 예술의 영역이다. 이를 '이후 예술'로 분류하고 사람의 길어진 평균 수명으로 확장되는 중이다. 그중 문학은 연필 하나로 짓는 농사이다. 탑의 기저부가 크고 튼튼해야 높은 탑을 세울 수 있듯이 '이후 문학'의 확장은 문학 전반에 매우 바람직한 영향을 준다. 개인에게도 노후의 삶을 생기 넘치게 보내는 방향이리라. 이후 예술은 조금 늦게 배운 손바닥 농사와 다르지 않다.
시는 하나의 의미에 집중하는 매운 고추에 견준다면, 수필은 각종 채소가 제 색깔을 내는 텃밭이리라. 토마토는 한 줄기로 키우면 주렁주렁 열리는 이야기, 소설일 것이다.
"사람들은/ 도토리나무를 때려/ 성난 도토리를 줍지만/ 중략/ 다람쥐가 나무를 타고 오르며/ 겨드랑이를 간질이면/ 중략/ 다람쥐는/ 배 잡고 웃는/ 도토리를 주워간다."(박방희 '도토리 줍기' 일부) 아동문학은 동심에 물을 주는 문학이리라. 순수문학은 타산이 맞지 않는 농사와 같다. 하지만 정신문화에 꼭 필요한 식량을 제공하므로 기어코 살아남아야 하는 영역이다. 그러므로 시민의 의지와 관심만이 순수문학을 살릴 수 있다.
순수문학을 경작하는 문학인의 급증으로 현재의 대구 문학관은 너무 좁고, 대구문인협회 사무실은 10명이 회의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논도 좋고 밭도 좋다. 서로 교류하며 문화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왕성하게 창작하여 사회의 정신문화에 꽃과 열매를 맺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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