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부 권력투쟁에 정책 기능 상실한 '국힘 정책위원회'

정책조정위원회 구성조차 못 해 허송세월…두달간 회의 없이 권력투쟁
국회 원 구성 난항 野 핑계만…정치권 "집권당 절박함 없어"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제1차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양 위원장, 성일종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제1차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양 위원장, 성일종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최근 대내외 경제 위기에도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부 권력투쟁에 골몰할 뿐 정책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과 달리 여당은 정책 성과로 심판받는데 그 근간이 되는 정책조정위원회 구성조차 하세월인 탓이다.

2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은 지난 4월 11일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이 임명된 이래 한 번도 정책위원회 회의를 열지 않았다. 정책위의장이 인선된지 두 달이 넘도록 당과 정부 부처의 주요정책이나 현안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할 정책조정위원회의 개최 유무는 물론이고 각 정조위 위원장 인선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당의 정책위 기능이 사실상 식물 상태인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헌당규에 정책위는 의장단회의를 주 1회 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 당의 주요 정책 방향을 수립·조정하고, 입법 사안 개발·심의, 주요 정책결정에 대한 의견 제시 역할을 하도록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정책위의장만 있을 뿐 부의장, 정조위원장이 구성되지 않았으니 의장단회의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정책위 측은 정조위원장을 비롯한 정책위 구성이 되지 않은 배경으로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 난항을 꼽는다. 상임위원회가 꾸려져야 그에 맞춰 정책위 인적 구성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이야기는 변명일 뿐 국민의힘에는 집권당으로서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50일이 되도록 여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정책 이슈나 의제보다 내분이 더욱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당에서 갈등은 다반사라고 하지만 국민의힘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라면서 "정부여당의 실패는 야당의 정치적 자산이다. 압도적 지지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이유를 국민의힘이 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 있는 지도부라면 정권 첫 100일의 성공적 연착륙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런데 그 '골든타임'의 절반을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다툼, 대표 징계 논의, 대표와 최고위원의 다툼에 허비했다"면서 "엄중한 경제위기에도 내부 권력투쟁으로 도낏자루 썩어가는 줄도 모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정부가 사업을 추진하려면 법과 예산이 필요하다. 예산 법률주의(예산을 법률로 제정해 예산에 법률적 효력을 부여하고 법률의 형태로 편성해야 한다는 원칙)로 인해 정부에게 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정말 중요한 자리임에도 지금은 여당 보좌진조차 '우리 당 정책위의장이 누구였지?' 하는 상황"이라며 "원 구성이 마무리 되면 정책위도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겠지만, 그동안 정부여당이 구호만 외칠 뿐 국민에게 투표 효능감을 주지는 못하는 건 어떡할거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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