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스코 사내 성범죄, 쇄신 없이 답 없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전근대적인 기업 문화가 대내외적 수치(羞恥)로 드러나고 있다. 위계를 악용한 성폭력의 흔적, 글로벌 기업의 대처라고는 믿기 힘든 저열한 접근이 상식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직원이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남성 직원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며 경찰에 도움을 청하기까지 사측의 대응은 형편없었다. 동시대인의 모습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믿었던 자식의 치부를 본 듯해 얼굴이 화끈거린다.

포항제철소 여직원 A씨가 같은 부서 남성 직원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건 이달 7일이었다. A씨와 B씨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지만 A씨가 평상시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성폭력의 시기는 비단 최근만이 아니었다. 절망적인 건 터질 게 터졌다는 내부 목소리가 증언처럼 잇따른다는 것이다. 술자리 성희롱과 낯 뜨거운 일탈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직원들의 목소리는 중첩된다. 피해자가 더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사측이 초기부터 적절하지 않은 대응으로 일관한 것이다. A씨는 지난해 12월 심한 성희롱성 발언을 해온 남성 직원 1명을 회사에 신고했다. 그런데 외려 신분이 노출돼 부서 내 집단 따돌림과 험담 등 2차 가해까지 겪었다고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사측은 사건을 알고도 같은 건물에 있는 A씨와 B씨의 사택을 열흘 넘게 분리하지 않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터였다. 이런 비상식적 대처는 여론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피해자의 주장만으로 전체 맥락을 사실이라 단정 짓는 건 섣부르다. 그렇다 해도 지금이 어떤 때인가. 성 인지 감수성을 따지는 시절을 우리는 살고 있다. 23일 김학동 부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내놓고, 28일 관리 책임을 물어 포항제철소 소장 등 임원 여섯 명을 중징계하는 등 뒷수습에 나섰지만 늦은 감이 크다. 윤리경영 실천을 외쳐온 포스코는 스스로의 기업 문화를 깊이 성찰하는 것은 물론 뼈를 깎는 반성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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