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다방이나 지금 카페나 커피를 파는 곳이라는 점은 공통인 사실이다. 하지만 옛날 다방과 지금 카페가 다르게 취급받는 이유는 다방보다 카페가 좀 더 개인의 취향을 추구하는 데 더 적합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커피가 맛있거나,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메뉴가 있거나, 커피나 음료는 평범한데 디저트류나 베이커리가 특출나거나, 어쨌든 카페는 저마다의 개성으로 손님들의 취향을 공략하고, 손님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카페를 골라서 간다.
이번에 소개하는 카페는 앞서 말한 카페의 종류 중 커피에 공을 들이는 곳이다. 대구 수성구 고모역 옆에 자리잡은 '룰리 커피'는 조용히 커피를 좋아하는 대구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는 카페 중 한 곳이다.
◆ 창 밖으로 지나가는 기차를 보며 한 잔
3년 전 문을 연 '룰리 커피'는 고모역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수성2번을 타고 고모역 앞에 내리면 금방 찾을 수 있다. 녹색 바탕에 하얀 제비가 그려진 간판을 단 벽돌 건물이 바로 '룰리 커피'다.
카페 내부는 여느 카페와 같이 아늑한 분위기다.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데, 오전 시간대에 가면 창 밖의 녹음을 바라보며 조용한 분위기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기차 또한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아이들이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더 좋아한다. 정오가 지나면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한 손님들이 커피를 즐기러 오기도 한다. 일부 손님들은 "대구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라며 "상상도 못한 공간에 커피를 즐길 수 있어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처럼 커피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을 어떻게 발견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김미경 부대표는 "사실 예전에는 고깃집이 있던 곳이었다"고 말했다. 김철우 대표와 함께 식사를 위해 우연히 찾게 된 곳이었는데 김 대표가 "카페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 후 1년쯤 지나 이 곳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김 대표는 바로 사들인 뒤 '룰리 커피'를 만들었다.
'룰리 커피'를 만든 김철우 대표는 원래 커피 로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커피를 좀 더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래서 카페인 '룰리 커피'를 통해 커피를 좀 더 쉽게 접하도록 하고자 한 것이다.
◆ 다양한 종류의 원두에 드립백은 서비스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카운터 뒤에 거대한 로스팅 기계가 있다. 이 기계를 통해 '룰리 커피'에서 사용되는 커피 원두가 볶아져 나온다. 매일 로스팅을 하고 문을 열기 전 소속 바리스타들이 커피 맛을 점검하는 '테이스팅'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항상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이 곳의 강점이다.
커피 원두는 콜롬비아, 브라질,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케냐, 디카페인 등 총 7종류다. 원두 종류마다 맛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선택이 어렵다면 카운터 앞에 진열된 원두 샘플의 향을 맡아보거나 직원을 통해 맛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선택할 수 있다.
또 에스프레소 커피로 만든 '밀크 커피'나 아이스크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먹는 '아이스크림 커피' 등이 있다. 살펴보면 커피 이외의 음료가 없다. 커피에만 집중하겠다는 뚝심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리고 원두 드립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에서 흔히 볼 법한 '하우스 블렌드' 커피도 메뉴에 없다. 김미경 부대표는 "커피 원두는 맛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고 이 곳을 찾으시는 손님들이 자신만의 커피 취향을 알아가는 재미도 느껴보기를 권하는 차원에서 블렌딩한 원두보다는 각 원산지 별로 원두를 추천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우스 블렌드 커피가 없는 대신, 커피를 주문하면 '룰리 커피'가 직접 블렌딩한 원두를 담은 드립백을 하나 받을 수 있다. 드립백이란 컵에 걸쳐 놓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원두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룰리 커피'를 찾은 손님들이 카페를 기억하게 함과 동시에 집에서도 손쉽게 원두 커피를 즐기게끔 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김 부대표는 "한 잔에 6천원이라는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드립백 서비스를 드리니 '두 잔 마시는 격'이라며 손님들이 그 가격을 받아들이셨다"고 말했다.
핸드 드립 커피라고 하면 원두를 갈아서 핸드 드립용 주전자를 이용해 조심스레 물을 부어 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커피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곳은 '클레버'라고 하는 커피 추출 도구를 이용해 시간을 줄이고 있다. 클레버에 원두를 갈아 넣고 물을 부은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컵에 받쳐 커피를 내린다. 간편하게 원두 커피를 즐길 수 있는데다 맛 또한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어 사용한다.
◆ 다양한 '굿즈'로 시선 사로잡아
'룰리 커피'는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기획해 팔고 있다. 소위 '굿즈'라고 불리는 이러한 기획상품들은 대개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것들만 기억하기 마련인데, '룰리 커피'는 프랜차이즈가 아님에도 다양한 기획상품을 제작해 이 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커피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김 부대표는 "손님들이 '여기는 굿즈 같은 건 없나요?'라고 먼저 물어보시더라"며 "그래서 손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여러가지 제품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텀블러, 머그컵, 법랑 컵, 에코백, 배지, 다이어리 등 일반적으로 생각 가능한 제품들부터 원두 그라인더, 커피 추출도구인 '클레버'도 굿즈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카페에 가면 다양한 원두와 드립백 세트도 있으며,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를 모아둔 세트도 판매하고 있다. 독특한 굿즈가 있다면 '성냥'이다. 굿즈를 기획하면서 재미삼아 만들어 본 제품이었는데 500원이라는 가격에 '기념품'이라는 생각으로 구매하는 손님들이 많다.
각종 굿즈에 새겨진 룰리 커피의 로고에는 하얀 제비가 그려져 있다. 김미경 부대표는 "신선한 커피를 제비처럼 빠르게 전달해 드리겠다는 룰리 커피의 뜻을 담은 로고"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룰리 커피'는 대구 시민들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오는 카페가 됐으며, 대형 마트인 '코스트코'에 원두 제품을 납품하는 등 커피 가공 업체로서도 많은 성장을 하고 있다.
'룰리 커피'는 앞으로도 계속 대구 시민들이 카페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쉽게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김철우 대표는 "현재 홈페이지(rullycoffee.com)를 통해 커피 원두를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으며, 커피를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제품을 연구 중"이라며 "앞으로도 대구 시민들이 커피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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