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대해 "바뀌어야 한다. 우리하고 너무 안 맞다. KDI에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앉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옳은 소리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민간·기업·시장이 주도하는 '도약과 빠른 성장'이다. 문 정부가 견지한 정부 주도의 '소주성'과 대척점에 있다. KDI는 국책 연구기관으로 윤 정부의 경제 운용 기조를 이론적·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홍 원장이 단 하루라도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홍 원장이 물러나야 할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소주성이 처절하게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문 정부는 최저임금을 2018년 16.4%, 2019년 10.9% 등 2년간 29%나 인상했다. 그 결과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줄도산하고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풀타임 일자리가 200만 개 사라진 반면 단기 일자리는 240만 개나 늘어나는 고용 대란이 일어났다. 소득 하위 20%의 근로 소득이 30% 이상 급감해 소득 격차가 최악으로 벌어졌다.
실패는 학문적으로도 입증됐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와 유혜미 한양대 교수가 지난달 초 국제 경제학 학술지 '이코노믹 모델링'에 게재한 '최저임금 인상의 거시경제 효과, 한국의 사례'라는 논문이 대표적이다. 2018, 2019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의 총고용을 장기적으로 3.4% 감소시켰고, 기업의 자본 투자도 줄어 한국 GDP를 1% 줄이는 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2019년 한국경제학회 등 55개 경제학회 공동 학술대회에서도 "소주성이 고용·소비·투자 등 경제 기초체력을 모두 훼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 원장 취임 이후 KDI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내부 지적도 나온다. 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보고서 발표가 막히는가 하면 발간되는 보고서 수 자체도 줄었다고 한다. 홍 원장의 임기는 윤 정부가 3년 차에 접어드는 2024년 5월 말까지다. 소주성 실패의 부끄러움을 알고 그 전에 속히 물러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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