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25> 짧은 동화가 준 따뜻한 감동과 위로

신경아 남부도서관 사서

우동 한 그릇(구리 료헤이 지음·최영혁 옮김/ 청조사 펴냄)
우동 한 그릇(구리 료헤이 지음·최영혁 옮김/ 청조사 펴냄)

두 개의 독서회(어린이, 주부)를 맡고 있던 햇병아리 사서 시절. 당시는 한 달의 시작도 독서회, 한 달의 마무리도 독서회였다. 그만큼 독서회 운영에 대한 부담도 컸다.

매달 초 고민은 '어떻게 하면 쌈박한 안내로 회원들이 독서회에 많이 참여할 수 있게 할까'하는 것이었다. 어린이 독서회원들이 독서토론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간단한 게임을 생각해 내느라 수많은 레크리에이션 책을 뒤적였고, 주부회원들을 위해서는 각 회사 사보를 샅샅이 훑어가며 유익한 정보를 주기 위한 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각 도서관에 연락해서 다음 달 토론도서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 업무 중의 하나였다.

독서회 당일, 이번에는 몇 명이나 참석할까. 가슴이 두근두근, 제발 집안행사나 급한 일이 갑자기 생기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랐다. 주부독서회 토론을 마칠 때쯤 으레 회장님이 "그럼 선생님이 마무리로 한 말씀해주세요"라는 말에 답하기 위해 책도 꼼꼼히 읽어봐야 했고, 느낀 점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심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읽은 수십 권의 토론도서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책이 '우동 한 그릇'이다. '어른도 아이도 함께 우는 감동의 화제작, 감동의 동화'라는 부제가 붙은 책. 토론을 위해 읽어본 책은 단편으로 전체가 40페이지가 채 되지 않았고, 중간중간 삽화도 있어 생각보다 분량이 더 짧았다.

이 책으로 한 시간 여의 토론시간을 채울 수 있을까? 또,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나 할까? '제인 에어'나 '모비딕'을 읽던 주부회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걱정은 토론회 날, 토론 시간까지 계속되었다. 책을 먼저 읽어 보고 토론도서로 선정할 걸, 후회를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토론도서를 읽으며 밤새 눈물을 흘렸다는 회원과 몇 번이고 책을 읽어 봤다는 회원, 가족과 책을 돌려가며 읽은 후 감동을 나눴다는 회원 등 토론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깊이 있게 진행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책이 주는 깊이와 감동은 책의 분량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름 열성을 다했기에 아직도 맴도는 그 시절 독서회원들의 이름과 떠오르는 얼굴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뀐 지금 그 시절 독서회원들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가끔 궁금해진다. 한 번씩 만날 수도 있으련만. 그렇지만 한편으론 마주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도 든다.

어디서 살던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하고 위로하는 삶을 살고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으니 말이다. 그 시절 주부 독서회원이라면 "우동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이라는 깜짝 질문에 대전역, 동대구역이 아닌 동화책 '우동 한 그릇'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신경아 남부도서관 사서
신경아 남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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