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합 17년차 '최장수 딤프지기' 이순희‧현혜민‧권중화 씨

“뮤지컬축제 함께 만든다는 보람 가장 커”

지난달 29일 딤프지기 이순희(왼쪽부터)‧권중화‧현혜민 씨가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지난달 29일 딤프지기 이순희(왼쪽부터)‧권중화‧현혜민 씨가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자원활동가 '딤프지기'. 지난 10여 년 동안 DIMF를 빛낸 조력자로 평가받는다. 2007년부터 활동한 누적 인원은 2천600여 명에 이른다.

지난달 24일 시작해 11일까지 열리는 제16회 DIMF엔 169명의 딤프지기가 활동하고 있다. 공연장 관객 안내부터 티켓 부스 운영, 홍보, 통역, 의전에 이르기까지 활동 분야도 다양하다.

해를 거듭하면서 딤프지기의 인기 또한 높아지고 있다. 2019년 제13회 행사 당시 1.5대 1 수준이던 경쟁률은 올해 3대 1로 치솟았다. 다른 지역 지원자 비율도 2019년 26%에서 올해는 전체 지원자의 절반에 가까운 45.9%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DIMF 사무국에서 만난 권중화(32)‧현혜민(35)‧이순희(50) 씨는 '최장수 딤프지기' 3인방이다. 올해로 각각 4년, 7년, 6년차다.

권 씨는 대구에서 공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다 전역을 하던 2019년 봄, 때마침 딤프지기 모집공고가 뜬 게 인연이 됐다. 그는 "평소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다. 의전 분야를 담당하다보니 배우를 가까이서 보며 다양한 대화를 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현 씨는 2015년 처음 뮤지컬 공연을 보게 되면서, 고향 대구에서 DIMF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디자인회사에 근무하는 능력을 발휘한다면 홍보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듬해 딤프지기에 지원했다.

이 씨는 DIMF와 인연이 남다르다. 이 씨와 이 씨의 딸은 뮤지컬 마니아였다. 2017년 이 씨는 딤프지기에,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이 씨의 딸은 차세대 뮤지컬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 '딤프 뮤지컬 스타'에 지원했다. 당시 진로를 고민하던 이 씨의 딸은 장려상을 받았고, 함께 출연했던 언니‧오빠의 조언으로 안양예고에 진학한다. 이후 2020년 대회에 다시 출전해 우수상을 받았다. 지금은 서울의 한 대학 뮤지컬학과에 진학해 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 씨는 "20, 30대가 다수인 딤프지기들에게 부담되거나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해서 망설였는데, 뮤지컬의 새로운 면을 경험할 수 있었다. 딸은 막연했던 꿈을 구체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오랜 기간 활동한 만큼 힘든 점도 많았다. 권 씨는 주로 의전 담당으로 활동하다보니 자정이나 새벽시간 운행도 잦았다. 대구 도심 교통이 정체를 빚은 상황에서 의전 차량에 탑승한 배우의 리허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진땀을 뺀 적도 있었다.

과외교사인 이 씨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통역 분야를 담당했다. 2017년엔 무대효과를 위해 드라이아이스가 필요하다는 필리핀 팀의 부탁에, 기프티콘을 모아 인근 아이스크림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대량 구매하며 드라이아이스를 얻어 전해줬다. 2018년엔 통역 업무보다 해외팀 식사를 위해 공연장 주변 식당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주문하고 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날랐던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

이들은 활동하는 중엔 힘든 일이 많아 '올해가 끝이야'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다음 해가 되면 '해볼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 원동력은 '보람'이었다.

현 씨는 "직접 카드뉴스 같은 SNS홍보물을 제작해 홍보물이 쌓이고 사람들이 딤프를 알아가는 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축제를 함께 만들어 간다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권 씨도 "이런 만족감이, 근로복지공단에 근무하는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도 개인적인 시간을 쪼개서까지 활동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모든 세대가 어우러져 함께 즐기는 DIMF를 꿈꾼다. "저를 보며 딤프지기에 지원하는 중장년층도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제가 딤프지기를 하는 이유죠."

지난달 29일 딤프지기 이순희(왼쪽부터)‧권중화‧현혜민 씨가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지난달 29일 딤프지기 이순희(왼쪽부터)‧권중화‧현혜민 씨가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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