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7월 10일은 백선엽 장군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2020년 그가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을 때,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전쟁 영웅을 잃은 슬픔을 애도하기나 하듯 연일 장대비가 쏟아졌다. 장군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비행기로 달려왔다는 제주 도민에서부터 고사리손으로 부모님과 함께 온 유치원생까지 수백 명이 줄을 선 모습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모두가 애국심과 존경심 때문에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백선엽 장군이 대한민국을 지켜낸 공적은 너무도 명확하다. 그는 국군 1사단장으로 최후의 방어선이었던 낙동강 방어선에서 북한군 3개 사단과 맞붙은 '다부동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당시 북한군은 파죽지세로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와 무차별 공세를 퍼부었다.
전선 이곳저곳에서 전·사상자가 넘쳐나 다부동 지역은 그야말로 시산혈해(屍山血海)를 이루었다. 공포에 질린 병사들은 전의를 상실하였으며, 퇴각하는 부하들도 생겨났다. "내가 물러서면 너희들이 나를 쏴라, 너희들이 물러서면 내가 너희들을 쏘겠다"며 사단장이 선두에서 진격했다. 이 기세를 몰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의 발판을 마련하였고, 9월 24일에는 가장 먼저 반격 작전을 시작하여 10월 19일 제일 먼저 평양에 입성하였다. 30세의 청년 백선엽은 그렇게 대한민국을 위기의 순간에서 구해냈다.
공(功)과 과(過)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추앙받는 전쟁 영웅이다. 주한미군은 그를 '살아 있는 전설'(living legend)로 예우했다. 미국의 주요 군사학교가 그의 회고록을 수업 교재로 활용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주한 미8군은 미군부대에 배속된 한국군(KATUSA) 우수 병사에게 주는 상을 백선엽 장군의 이름으로 제정, 수여하고 있다. 여기에 2018년 11월 23일 해리 해리슨 주한 미국대사가 백선엽 장군에게 무릎을 꿇고 존경과 감사를 표한 한 장의 사진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작년 이맘때 거행된 '고 백선엽 대장 서거 1주기 추모행사'에는 폴 라캐머러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취임 첫 공식 일정으로 참석했다. 그는 "백선엽 장군은 셀 수 없이 많은 업적을 쌓았고, 그가 흘린 피와 땀 덕분에 우리가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빈센트 브룩스를 비롯한 역대 한미연합사령관 7명은 영상 인사말을 통해 "한미동맹과 한국을 위해 일생 동안 수훈을 남긴 백선엽 대장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오전 11시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는 2주기 추모행사가 거행된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행사에 국가보훈처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웅을 영웅으로 대접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6·25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도 잘 모르는 요즘 청소년 중 '백선엽'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래도 최근 6·25전쟁 72주년을 앞두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들이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과 굿즈(상품) 펀딩, 사진 촬영 프로젝트 등 특별한 방식으로 참전용사를 '영웅'으로 대접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언론기사는 그나마 마음을 놓이게 한다.
공산주의에 맞서 대한민국을 살려내고, 자유민주주의를 누리게 해준 노병의 희생과 헌신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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