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국민 말고 뭐가 중했나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물러난 대통령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죽은 권력을 나무라는 것은 지나간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북한군에 의해 사살·소각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과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의 도마 위에 소환하게 만든다.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붙잡힌 사실을 우리 군이 파악했고, 피살되기 3시간 전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됐다. 보고를 받은 뒤 공무원이 3시간 이상 생존해 있었는데도 문 전 대통령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차가운 바다 위를 표류하며 목숨이 위태로운 공무원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조차 없었다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이 시각 문 전 대통령 뇌리를 지배한 것은 종전 선언을 제안한 유엔 녹화 연설이었을 것이다. 공무원이 '평화 쇼' 희생양이 된 것이란 추론이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더욱이 문 정권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월북으로 몰아갔다. 정권 인사들이 유족 회유도 시도했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문 전 대통령과 정권에겐 국민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다는 말인가.

발전 단가가 싼 원전을 배척하는 탈원전을 하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문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이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산업통상자원부가 탈원전을 하면 매년 2.6%의 전기요금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문 전 대통령도 보고받았을 수 있다. 하지만 산업부 보고는 묵살됐고 탈원전 폭주가 시작됐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이 탈원전 덤터기를 쓰게 됐다.

탈원전을 밀어붙인 문 전 대통령이 염두에 둔 것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피해를 입을 국민이 아니었을 것이다.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는 데 따른 자기 진영 지지 철회가 뇌리를 사로잡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머리에 어떤 기준과 잣대를 넣고서 국정을 수행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문 전 대통령은 국민이 아닌 무슨 기준과 잣대를 갖고 국정을 수행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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