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후반기 국회도 단독 개원하려는 민주당의 폭주

21대 후반기 국회가 한 달 넘게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일 임시국회를 열어 국회의장을 단독으로 선출하기로 했다. 당초 7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1일에 본회의를 열겠다고 했지만 사흘 늦춘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양보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원 구성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겠다고 한 만큼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조건으로 내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동의하고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권한쟁의 심판도 취하하라는 것이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는 것을 '통 큰 양보'라고 한다. 하지만 '통'이 큰 것은 고사하고 '양보'조차 아니다. 지난해 7월 전임 여야 원내대표 간 '약속'의 이행일 뿐이다. 그것을 파기하겠다고 해서 원 구성 협상이 막혀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한술 더 떠 원 구성과 전혀 무관한 사개특위 구성 동의와 헌재 심판 취하까지 조건으로 내걸었다.

사개특위 구성 동의는 검수완박에 동의하는 것이어서 국민의힘이 수용하기 어렵다. 권한쟁의 심판 취하는 더욱 그렇다. 민주당은 국민 60%가 반대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온갖 꼼수를 동원해 강행 처리했다.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위헌·위법투성이라는 지적이 빗발쳤지만 민주당은 귀를 닫았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헌재 심판을 취하하라는 소리는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위법성을 자인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2020년 4·15 총선에서 압승한 뒤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의장단을 단독 선출하고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12대 국회 이후 33년 만에 벌어진 거여(巨與)의 횡포였다. 이런 폭주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작년 4월 재보선,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 3연패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반성은커녕 국회 공전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떠넘기며 또다시 단독 개원과 원 구성을 강행하려 한다.

국회 정상화 방법은 간단하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겠다는 약속의 이행과 원 구성과 상관없는 사개특위 구성 동의 및 헌재 심판 취하 요구의 철회다. 검수완박 법안이 정당하다면 민주당이 헌재 심판을 꺼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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