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의원들에 대해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존재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뽑아달라고 해서 선거 때 표를 주기는 하는데 평소에는 만나기는커녕 얼굴 보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왕규 대구 달서구의회 구의원처럼 활동한다면 적어도 '지자체 의원 무용론'은 힘을 잃을 것이다.
비가 오락가락했던 지난달 27일 오전 8시 월암중학교와 조암구석기공원 인근 교차로. 인근 초·중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로 북적거리는 이 교차로에 태극기를 든 박 구의원이 서 있었다. 보행자 신호등이 일제히 파란불로 바뀌자 박 구의원은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조심해서 건너라"며 인사를 건넸고 일부 학생들과는 손바닥을 맞부딪히는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학생들도 박 구의원의 모습이 익숙해서인지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박 구의원에게 먼저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하며 박 구의원의 하이파이브 요청에 웃으며, 때로는 박력있게 하이파이브를 받아주기도 했다.
박 구의원은 비가오나 눈이오나 2004년부터 달서구 지역 초·중·고교생들의 등하굣길 안전 지킴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 전에는 상인동 지역을 중심으로 쓰레기 수거는 물론 학산공원 인근 자연 정화활동도 해 왔다. 물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순수한 봉사활동이었다. 이처럼 달서구를 종횡무진하며 봉사활동을 해 온 데에는 1995년 상인동에서 있었던 도시철도 1호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가 그 기점이 됐다.
"당시에 사고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아내의 일을 도우던 때였어요. 사고 다음날 신문을 보는 데 개인택시 기사가 부상자 40명을 병원으로 실어날랐다는 기사가 있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약국 단골 손님이었어요.

게다가 당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쌍둥이 중학생이 또 화제였는데, 그 학생들도 약국 단골이었죠. '먹고 산다는 핑계로 사람들을 도우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 뒤 학산공원에 세워진 위령비 인근을 청소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약국을 운영하면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오던 박 구의원의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동네를 위해 구에 들어가서 일해보라"며 출마를 권유해 2014년 구의회에 입성했다. 구의원 활동 중에도 태극기를 들고 초·중·고교생 통학 안전지도 봉사활동은 빼먹지 않았다.
심지어는 월성동·상인동 지역의 8개 고교의 야간자율학습 후 하교 시간대에 맞춰 6m 태극기를 흔들며 '수험생 힘내세요'라는 팻말을 목에 걸고 학생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매일 한 시간 이상 태극기를 들고 서 있는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허리부터 슬슬 고장나기 시작했다고. 박 구의원은 "목표를 '과로사하는 구의원'으로 잡다 보니 결국 안 아픈 곳이 없더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야당·무소속의 무덤'이라고 할 만 했던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중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박 구의원은 당선 요인 중 하나를 등굣길에 만난 학생들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구의원은 "학생들이 '이번 선거에 구의원은 태극기 아저씨 찍어주라'고 말을 많이 했던 모양"이라며 "아마도 학생들의 말을 들은 학부모들이 제게 표를 주시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구의원이 이번 의정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달서구 명문학군 만들기'와 '대한민국 대표 축제 만들기'라고 밝혔다. 박 구의원은 "달서구 내 중·고교생의 타 지역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달서구의 낮은 재정자립도 탓에 인재를 붙들어 놓을 사업을 벌일만한 예산 마련이 마땅치 않더라"며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축제처럼 달서구가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축제를 하나 만들고 이를 통해 조성된 수입을 달서구 인재 양성에 쓰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이번 의정활동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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