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택시 왜 이리 안 잡혀?…운전기사들 떠나자 법인택시 30% 시동 껐다

지난 5월 기준 5천656대 가운데 1천718대(30.37%)가 휴업 차량
법인 택시기사도 2019년 5천276명 → 2022년 3천774명, 약 28% 감소
코로나19 속 시간제한 여파로 밤 시간대 영업했던 기사들 줄어든 탓

지난 2일 오후 11시 30분쯤 대구 중구 삼덕동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기다리는 승객들 모습. 임재환 기자
지난 2일 오후 11시 30분쯤 대구 중구 삼덕동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기다리는 승객들 모습. 임재환 기자

지난 2일 오후 11시 30분쯤 대구 중구 삼덕동 일대에 택시를 잡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자정 무렵까지 달구벌대로의 반월당네거리~범어네거리 일대를 지켜본 결과 도로변까지 나와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대구역 앞 택시 승강장에선 10여 명의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그에 반해 '빈 차'로 안내된 택시는 많지 않았다.

이날 봉산육거리 인근에서 택시를 잡는 김정구(26) 씨는 "20분째 택시를 잡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켜도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 없다는 메시지뿐"이라며" "귀가하는 게 어려워 늦은 시간에 약속 나오는 것도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심야시간대에 택시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로 승객들은 늘었지만 택시기사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떠나간 기사들을 되돌리기 위해 각종 유인책 마련에 나섰다.

3일 시에 따르면 대구의 법인 택시기사는 지난 2019년 5월 기준 5천276명에서 2020년 4천510명, 2021년 4천175명으로 꾸준히 줄었다. 올해는 3천774명으로 집계되면서 코로나19 이전 대비 약 28% 감소했다.

기사들이 떠나자 시동이 꺼진 택시도 많아졌다. 지난 5월 기준 법인택시 면허 대수(차량 대수)는 5천656대 가운데 1천718대(30.37%)가 휴업 차량이다.

업계는 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은 주된 이유를 코로나19 속 시간제한으로 꼽았다.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 또는 10시로 제한되면서 비교적 밤 시간대 영업했던 기사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것이다.

한 법인택시 기사 최모(63) 씨는 "심야 할증 수입이 준 탓에 택배 등으로 눈을 돌린 기사들이 많았다"며 "거리두기가 사라져도 택시 영업할 때보다 현재의 수입이 더 좋다는 이유로 복귀하려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떠난 기사들을 되돌리기 위해선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와 같은 기본요금 등 여건으로는 기사들이 계속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서덕현 대구법인택시조합 전무는 "승객 수요가 많은 시간에는 기본요금을 낮추고, 그렇지 않을 때는 요금을 올리는 등 탄력적인 요금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택시 대란을 완화하기 위해 개인택시 3부제 운행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부제란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개인택시 영업제도다. 현재 대구는 개인택시 1만20대 가운데 하루 6천500대가량이 운행하고 있다. 부제를 폐지하고 남은 3천500여대를 투입해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택시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지난 5월에는 타당성 용역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택시기사들의 장기근속에 따라 수당을 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며 "개인택시 3부제는 야간 시간에만 해제하는 조건으로 심야 운행하려는 기사들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3일 오전 12시 30분쯤 찾은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택시 승강장. 사진은 택시가 없어 승강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 모습. 임재환 기자
3일 오전 12시 30분쯤 찾은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택시 승강장. 사진은 택시가 없어 승강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 모습. 임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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