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97그룹’의 반란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97그룹'은 '1970년대에 태어난 90년대 학번'을 지칭한다. 정치권에서 586의 퇴진과 97그룹의 전면 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보선과 대선에 이어 지선에 이르기까지 3연패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과 송영길 등 586을 대체할 40대 리더십의 등장을 통해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의원'이라는 '어대명' 분위기가 장악한 가운데, 97그룹의 도전이 과거 김영삼, 김대중의 '40대 기수론'처럼 파란을 불러일으킬지, 찻잔 속의 태풍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은 자체로 환영받을 만하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서는 권노갑 고문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의 정풍운동이 벌어졌다. 당시 보수 정당에서는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이라는 소장 개혁파가 있었다. 그때에 비해 민주당 97그룹이 아직은 별다른 파괴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전대 출마를 선언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97그룹은 박용진, 강병원, 강훈식, 박주민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 등이다. 이들이 제각각 출마해서 이재명 의원과 대결할 경우 승패는 뻔하지만, 이재명 대 97그룹 간에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세대교체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면 결과는 예측 불허다.

재선의 박용진 의원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 나왔지만 당내 지지는 미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강병원 의원이나 세월호 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박주민 의원 역시 이재명을 위협할 정도의 정치력은 부족하다. 아직 '조국과 이재명의 강'을 건너지 못한 채 소수의 강성 팬덤에 휘둘리고 있는 민주당에서 97그룹의 도전은 신선하다. 이들이 지난 세 번의 선거 패인에 대해 성찰하면서 이슈화할 수만 있다면 '유쾌한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딸' 등의 팬덤층 눈치를 보는 행태를 지속한다면 97그룹의 도전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30대 0선 대표'를 탄생시킨 2021년 국민의 힘 전대와 같은 기적을 바라기에는 민주당의 '졌잘싸' 분위기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는 것도 97그룹의 성공을 점치기 어려운 배경이다.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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