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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인사를 잘하자!

박지형 문화평론가

박지형 문화평론가
박지형 문화평론가

지난해 아프카니스탄에서 돌연 미군이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 것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그때 대한민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며 약 400명에 달하는 아프칸 특별공로자를 성공적으로 구출해냈다. 외교부, 국방부, 법무부, 질병청, 아프칸 및 파키스탄 대사관 등이 혼신의 힘을 다해 협업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 성과는 교민 1명만을 달랑 구출하여 돌아왔던 일본 측의 작전과 확연히 대비되며 더욱 빛이 났다. 당시 목숨을 걸고 활약했던 민·관·군의 여러 인사에게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미라클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난 직후였다. 젊은 시절 세계 곳곳을 배낭여행했던 친구 하나가 거나하게 술에 취해 전화를 걸어왔다. "나 국뽕 때문에 잠이 안 온다." 그러면서 그는 20여 년 전 자신이 필리핀 민다나오 섬의 한 호텔에서 발이 묶였던 상황에 대해 '썰'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대포 소리와 기관총 소리가 들리더란 말이지." 깜짝 놀라 일어난 그는 호텔 직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하얗게 질린 호텔 직원은 민다나오의 무슬림계 반군이 반란을 일으켜 도시를 장악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겁에 잔뜩 질린 그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믿을 구석은 있었다. 같이 여행을 다니던 일본인 여행자들과 함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상황이 급변했다. 갑자기 호텔 옥상으로 헬리콥터가 두두두 날아오더니 일본인 여행자들을 태우기 시작하더라는 거다. "내가 가서 울면서 빌었지. 나 한국 사람이니까 제발 나도 좀 태워달라고." 그러나 헬기 측은 규정상 일본인 외의 사람은 태울 수 없다고 매몰차게 거절했고 결국 친구는 홀로 반군이 장악한 도시에 덩그러니 남겨지고 말았다.

패닉에 빠진 친구는 결국 수백 통의 전화 끝에 한국대사관과 전화 연결에 성공했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그 대사관 직원의 말이 가관이었다. "거기 갈 때 어떻게 갔어요?" 친구가 이렇게 저렇게 왔다고 말하자 직원 왈, "그럼 그걸 그대로 반대로 해서 나오시면 됩니다. 끊어요." 이런 일을 직접 경험했던 친구이니 오늘날 일본보다 더 빠릿빠릿하게 일 처리를 하는 대한민국 외교관들과 군인들을 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한국의 성장은 그렇다 치고 잘 나가던 일본은 왜 저 모양이 되었을까? 많은 전문가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인사권을 틀어쥔 다음 우수한 일본의 엘리트 관료들을 내치고 함량 미달의 측근 인사들을 요직에 앉힌 결과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타산지석을 삼아야 할지어니, 우리나라도 행여 그런 인사를 하다 보면 금세 다시 20여 년 전으로 후퇴할지도 모를 일, 고로 결론은 "인사를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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