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독재 정권의 사치와 부패를 상징하던 이멜다 마르코스(92)의 93세 생일을 맞아 도심 대형 LED 전광판에 축하 메시지가 등장했다.
3일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마닐라 도심 부근 EDSA 도로에 위치한 한 빌딩의 대형 LED 전광판에 "퍼스트레이디 이멜다의 93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내용의 축하 메시지와 그의 이미지가 나타났다.
이멜다는 지난달 30일 독재자 부인에서 쫓겨난 지 36년 만에 대통령의 어머니로 말라카냥궁(필리핀 대통령 관저)으로 돌아왔다.
그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선에서 이겨 지난달 30일 대통령에 취임함에 따라 앞으로 막후에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29년 7월 2일 출생한 이멜다는 20년 넘게 장기집권한 독재자인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하다.
이멜다는 남편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보석류와 명품 구두 등을 마구 사들여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다.
또 메트로 마닐라 시장과 주택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요직을 맡아서 왕성하게 대외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지난 1965년부터 집권하다가 1986년 시민 혁명인 '피플 파워'가 일어나자 하와이로 망명한 뒤 3년 뒤 사망했다.
이후 이멜다는 1992년 귀국한 뒤 하원의원 3회 연임에 성공했지만 여러 소송에 직면했다. 2018년 일곱 가지 혐의로 각각 징역 6년1개월~11년형을 선고받았고 공직 출마 자격을 잃었지만 필리핀 정부는 아직 그를 체포하지 않고 있다. 형을 살기엔 나이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통령이 되면서 이멜다를 비롯한 마르코스 일가의 행적이 미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선거 유세를 하면서 바른정부위원회(PCGG)의 기능을 외려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걸었지만 환수 작업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미국의 다큐멘터리 작가인 로렌 그린필드는 전광판에 등장한 이멜다의 이미지가 자신의 작품인 '킹메이커'에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저작권 침해' 주장을 제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1월 공개된 킹메이커는 이멜다가 아들의 대선 출마를 돕기 위해 남편의 과거 독재 행적을 미화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린필드는 트위터에서 "전광판 소유주는 마르코스 지지자"라면서 "그는 이멜다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저작권을 침해한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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