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제2 대구의료원, 계획대로 설립하라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병실 부족…사망자 연이어 발생
국고 지원,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에 나설 시기
제2 대구의료원 무산은 '공공의료 강화' 흐름에 역행하는 것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대구는 공공의료 자원이 부족하다. 대구의료원의 지리적 편중성으로 차별 없는 공공의료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다.'

지난 2016년 배지숙 대구시의원은 시정 질문을 통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지적하며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촉구했다. 실제로 대구의료원이 서쪽에 치우쳐 있어 전체 내원 환자 중 동구 주민은 2.1%에 불과하다. 이러한 접근성의 차이는 건강 불평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동구 주민의 기대 수명은 수성구에 비해 1.7세나 낮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대구의료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2 대구의료원이 설립되면 취약 계층의 건강권 확장에 도움이 크다.' 지난 2020년 대구의료원장 인사청문회에서 김승미 후보자 역시 제2 대구의료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대구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이 되자 취약 계층은 마땅히 찾아갈 공공병원이 없어 큰 고통을 겪었다.

시민사회 역시 오래전부터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대구는 공공병원 하나로 코로나19에 맞섰다. 대유행 초기부터 병실이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입원도 하지 못한 채 사망하는 환자까지 연이어 발생했다.

'의료 붕괴'의 위기까지 겪은 시민들의 '공공병상 확충' 요구는 정당하다. 결국 권영진 대구시장도 2027년까지 제2 대구의료원을 설립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런데 홍준표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설립 추진을 일단 중단하겠다고 밝혀 시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신중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은 사실상 시민들의 숙의 과정을 이미 거친 결과다. 대구 시민 10명 중 7명이 설립에 찬성했고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한 설립 타당성 연구 용역에서도 400~500병상 규모의 공공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다. 윤석열 정부 역시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지역 균형발전 과제'에 포함시켰다. 지금은 검토할 때가 아니라 '국고 지원'과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위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뛸 때다.

인수위는 또 기존 대구의료원 정상화가 먼저라고 했다. 그러나 기존 대구의료원 정상화와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과제다. 7월 1일 임기를 시작한 많은 광역단체장이 기존 공공병원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에 나서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6년까지 600병상 규모의 서울형 공공병원을 건립하고 시립병원을 15개로 늘릴 계획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 북부와 동부에 공공의료원을 설립해 공공병원을 총 8개로 확충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서부산의료원 건립을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폐원한 침례병원을 매입해 공공병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제2 인천의료원 설립에 나서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만 이미 계획된 제2 대구의료원 설립마저 무산시키며 '공공의료 강화'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시장의 책무는 없다. 따라서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은 계획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공공의료'에 씻지 못할 상처를 내는 일은 '진주의료원 강제 폐원' 하나로 족하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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