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공공기관 구조개혁 ‘반쪽’ 되지 않도록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민선 8기 대구시가 산하 공공기관 구조개혁에 나서고 있다. 현재 18개인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을 10개로 줄이겠다는 것이 구조개혁안의 요점이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바로잡자는 데 이견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대구시장직 인수위가 발표한 공공기관 구조개혁안은 '반쪽 구조개혁' 우려를 남겼다. 말하자면, '예산 절감' '통·폐합' 등 '군살'을 빼는 데 초점이 있을 뿐, '근육'을 키우는 방안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구문화예술회관 및 대구콘서트하우스 소속 예술단(교향악단,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극단, 소년소녀합창단) 전체 운영비 중 90%가량이 인건비다. 작품 기획 예산은 전체 운영비 중 10% 정도에 불과하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시립예술단을 운영하면서 정작 '기획 예산'을 터무니없이 '적게' 배정함으로써 '할 일을 못 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비효율이다. 앞서 인수위는 공공기관 통·폐합과 시설물 관리 일원화, 불필요한 자산 매각 등으로 연간 약 1천억 원 정도의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이렇게 절감한 예산 중 극히 일부만 시립예술단 기획 예산으로 투자해도 '효율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시립예술단은 '바쁘게 돌아가게' 된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2003년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단일 오페라 전문 극장이다.(부산 오페라하우스 2024년 개관 예정) 연중 오페라 공연은 물론이고, 올해로 19회째 대구국제오페라축제까지 개최하고 있지만 전속 오케스트라가 없다. 그나마 민간 단체인 '(사)디오 오케스트라'(Daegu International Opera Orchestra)와 2년 기한의 상주 단체 계약을 맺고 있다.

2021년,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오케스트라(디오 오케스트라 40명)와 합창단(대구오페라콰이어 40명)에 지급한 연습비는 각각 2억4천900만 원 정도였다. 전체 예산 100억 원의 5%에도 미치지 않는 액수로, 명색 '오페라 전문 극장'이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연습비'로 1인당 연간 622만5천 원을 지급한 셈이다. '돈 적게 들이고 잘 부려 먹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구조개혁이다.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과 전속 계약을 맺고 적절한 예산을 지급해, 제대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진짜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대구시향의 '효율성'이 떨어지니, 대구콘서트하우스 소속인 대구시향으로 하여금 콘서트하우스 심포니 공연과 오페라하우스 오페라 공연을 모두 맡도록 하자는 '방안'도 나온다고 한다. 1개 관현악단에 콘서트하우스와 오페라하우스 공연까지 맡김으로써 '더 많이 써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효율성 강화' 같지만, 실제로는 효율성을 갉아먹자는 발상이다. '심포니'와 '오페라' 연주는 다르다. 연습 방법, 무대 리허설 종류와 방식 등 천지 차이다. 대구시향이 '심포니'와 '오페라' 연주를 동시에 맡는다면 수준 이하의 공연이 될 것은 자명하다. 세계 각국의 거의 모든 극장이 전속 오케스트라, 전속 합창단, 전속 무용단을 두는 것은 '통·폐합'이라는 '단어'를 몰라서가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께 당부드리고 싶다. 공공기관 구조개혁 꼭 필요하다. 하지만 줄이기만 하는 것은 '반쪽 개혁'이다. 줄일 곳은 줄이고, 더할 곳은 더하는 것이 온전한 구조개혁이라고 본다.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 역시 '전문성' '효율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구조조정하시기 바란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