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왜 단체장이 되려고 했는가?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지난 1일 각급 자치단체장들이 취임식을 갖고 민선 8기가 출항했다. 모든 단체장들이 자신의 영달보다는 한결같이 자기 지역을 발전시키고, 주민 복리를 증진시키겠다는 다짐을 했을 것이다.

대구경북의 자치단체장은 초선에서 3선까지 다양하게 분포한다. 경북의 경우 무투표 당선한 단체장을 제외하고는 재선, 3선을 했더라도 신승(辛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4년 또는 8년 임기 내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현직의 강점에도 지역민에게 만족감을 충분히 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어느 기초단체장은 지인이 맡은 특정 사업에서 3번의 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대폭 부풀려 의혹을 산 바 있다. 다른 한 단체장은 수백만 원짜리 계약까지 직접 챙겨 내부 공무원들로부터 공공연한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또 다른 단체장은 국비를 무단 전용해 감사를 받기도 했고, 측근 지지자의 불법 건축물 단속에는 한없이 너그러웠다.

어느 정치인은 위기를 맞을 때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명제를 던지며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고백한 바 있다. 자치단체장들도 '나는 왜 선출직이 되려고 했는가?'를 항상 새기고 행정에 임하면 의도적이든 아니든 행정 난맥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초선의 경우 인수위를 통해 이전 단체장의 행정상 문제점과 현안을 파악해 자신이 추진해야 할 과제를 도출했을 것이다. 현직과 혈투를 치르고 당선된 단체장들은 경쟁자가 추진했던 좋은 정책들도 배제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반대 세력이 주도한 정책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이 경우 엄청난 행정 낭비가 초래된다. 일부 시군에서는 벌써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북을 포함한 우리나라 대부분 지방 시(市) 재정자립도는 겨우 30%를 넘는 수준이다. 군(郡) 단위는 17%가 안 되는 곳도 있다. 단체장이 새겨야 할 제일 덕목은 예산을 내 재산처럼 아껴 쓰는 것이다.

민선 8기 들어 달라진 점은 대구, 경기도, 강원도 등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공무원 및 조직 감축과 산하기관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초단체도 피해 갈 수 없다. 경북 대부분 시군이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공무원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산하기관은 늘어만 가고 있다. 그들이 받들어야 하는 주민은 줄어드는데, 공조직만 비대해진다면 재정건전성 악화는 자명한 일이다.

도시형 기초단체를 제외하고 군 단위 기초단체들은 지역적 특성이 비슷하다. 이번 선거에서도 보듯이 단체장들은 기업 유치나 관광산업 육성 등 획일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이러고선 특화된 경쟁력을 키울 수 없고 인구 유입에도 한계가 있다. 일차적으로 인접한 지자체끼리 동종 경쟁을 지양하고 정책 분업을 통해 협력해야 시너지를 내면서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단체장들이 미래를 보는 열린 자세와 전문가적 식견을 가져야 한다.

다산 정약용이 일렀듯이 자치단체장들의 '목민심서'는 이랬으면 한다. '시공여사'(視公如私), 공공의 재산도 사재(私財)처럼 아껴 쓰고 절약해야 한다. '시민여상'(視民如傷), 주민들이 상처를 입고 고통을 당할 때 그들을 어루만져 주고 보살펴 주어야 하듯, 공직자들은 주민들을 애처롭게 여겨야 한다. '위생어염'(威生於廉), 공직자의 위엄과 권위는 본인이 청렴할 때에만 유지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는 왜 단체장이 되려고 했던가?' 매달 녹봉을 받을 때라도 자문(自問)하고 다짐을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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