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럴 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고 판타지 영화나 소설에 빠져 보면 그것도 한 방법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이 소설에는 수많은 정령이 등장하는데, 아름답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책은 아니지만 읽을수록 한 편의 판타지 영화 같다.
저자 에린 엔트라다 켈리는 두 번의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가다. '안녕, 우주'로 뉴베리 대상을 수상하였고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로 두 번째 뉴베리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검은 새의 비행', '잊혀진 소녀들의 땅', '너부터 먼저 해', '어쩌면 아마도 마리솔 레이니' 등이 있다.
세 아이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판타지 소설은 결국 라라니, 베이다, 헤비츠 이 세 아이가 이야기 전체를 끌어간다. 어른이 아닌 아이의 힘이 얼마나 대단할까 싶지만, 아이이기에 할 수 있고 가능한 일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다. 욕심과 사리사욕에 눈먼 어른은 절대 할 수도, 나설 수도 없는 일을 열두 살 소녀가 나서서 풀어나간다.
"때로는 삶이 고통스러울 때가 있지. 그 때문에 지치고 힘들 때면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 보렴. 난 괜찮을 거야. 난 살아남을 거야. 그러면 진짜 그렇게 돼. 지금은 믿어지지 않겠지만 결국 그렇게 될 거야. 왜냐하면 자기 자신을 믿는 건 거짓말하는 게 아니거든. 너희들은 괜찮을 거야. 우리 모두 살아남을 거야."(105쪽)
한 생을 살아갈 때, 작은 일부터 큰일까지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일도 생기고, 반대로 자신이 직접 도움을 줄 일도 생긴다. 그런 과정에서 믿음은 선택을 좌우한다. 타인에 대한 믿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자신의 일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라라니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행동 또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살아가는 동안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 있는 삶을 택할 기회가 아주 많아. 누구나 처음은 어렵지. 하지만 한번 기회를 잡고 나면 두 번째부터는 좀 더 쉬워지지." 테이팅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어. "하지만, 헤츠비, 넌 겁쟁이가 아니야. 이건 확실해."(372, 373쪽)
보복이 두려웠던 첫 번째 선택이 늘 후회와 아픔이었던 헤비츠가 두 번째 선택에서 자신의 첫 번째 실수를 만회하고, 열두 살 소녀 라라니가 나룻배를 타고 가려진 바다에 나가 결국은 마을을 구해낸 이 이야기는 할머니들이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구어체로 되어 있어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또 다른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어할 책이다. 희망과 용기를 전염시키는 책이기 때문이다.
손인선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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