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차정보(조각가)의 친구 고 이태호(조각가) 씨

"여기 능수벚나무는 무성히 그늘 드리웠는데…그래, 그곳에도 꽃 만발 하였는가?"

고 이태호 조각가(사진 오른쪽)와 차정보 조각가(사진 왼쪽)가 함께 찍은 한 때의 사진. 고 이태호 조각가의 모습 뒤로 차정보 조각가의 익살스런 모습이 잡혔다. 차정보 조각가 제공.
고 이태호 조각가(사진 오른쪽)와 차정보 조각가(사진 왼쪽)가 함께 찍은 한 때의 사진. 고 이태호 조각가의 모습 뒤로 차정보 조각가의 익살스런 모습이 잡혔다. 차정보 조각가 제공.

시간은 참 무심하다. 여름이 시작도 하기전에 폭염이 먼저오고 마당에 툭, 떨어지는 능소화가 너를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태호야, 잘지내나? 속절없이,아주 속절없이 가버린 너는 여기저기 많은 추억들만 남겨두고 떠나버렸고 이젠 너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가슴 한 곳을 텅 비게한다. 기억을 더듬어 추억 할수밖에 없음은 가슴앓이 처럼 아프고 허허롭기만 한다. 네 작업실을 들어서면 늘 "태호야~!" 부르며 찾곤 했었는데 이제는 불러도 대답없는 너가 되었네….

어떻게 너를 부를까?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너의 대답이라 우겨볼까? 너없는 작업실의 개복숭은 많이도 열렸는데, 그게 오히려 망연자실한 슬픔이 되는구나.

태호, 아니 끄득아. 우리가 진행해 온 "낙동강아"는 어찌하나…. 낙동강 발원지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그 물길따라 걸으며 주변의 명소탐방 하기로 하여 태백 황지연못에서 병산서원까지 왔건만 코로나19로 2년넘게 멈추어 있지 않느냐. "놀자전"은 또 어찌하나? 장자의 소요유를 작가는 작품활동으로 실천해 보자며 11회까지 진행했잖아…. 일본 교토에서 놀자전은 얼마나 신났던지…. 총무일을 맡아 궂은일 힘든일은 도맡아 고생도 했고….

그리고 同行展(동행전)은 너가 병중이라 잠시 멈추고 너가 완쾌하면 다시 하자고 했는데 이렇게 황망이 떠날줄은 상상이나 했겠니.

누가 그러더라.떠난자의 빈자리는 떠난후에야 보인다고. 그 빈 자리는 상처의 종기 같기도 하고, 오늘같이 흐리고 습습한 날에는 상처의 후유증 나기도 좋은날이기도 하지.

이렇게 산 자(者)와 떠난 자(者)의 경계에서 너를 호명한다. 그래, 그곳에도 꽃 만발 하였는가? 여기는 능수벚나무는 무성히 그늘을 만들었고 마당의 잔디는 게으른 주인을 만나 잡초인지 잔디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네.

내 좁은 작업실에는 폭염의 열기만 가득하여 들어가기가 무섭고, 폭염의 도시 대프리카에서 작업하기란 아프리카에서 농사짓는 기분이랄까? 笑(웃음). 그래도 틈틈이 작업하며 나는 잘 지낸단다.그리고 네 모든 지인들도 잘 지내고 있고.

끄득대사! 회자정리(會者定離)라지…. 윤회(輪廻)라고도 하고…. 다시 만날때까지 그자리가 꽃자리가 되게 잘 가꾸고 있으시라.

나는 너를 "끄득아~" 라고 불렀지. 언제나 대화중에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네 모습에서
그래! 너는 긍정의 끄덕임이니 "끄득대사"라 하자며 그렇게 불렀고 너는 '끄득대사'가 되었지.

참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아무런 의미없는 대화라도 박장대소 하였고, 때론 치열하게 작업을 하고나면 "오늘 일잔할까?" 하고 의기투합하며 방천길이 왁자하도록 즐거웠다.

끄득아, 네 마지막 말이 가슴에 박힌다. "형님 만나서 참 즐거웠습니다"라며 헤어진게 마지막 이었구나. 말로 표현할수 없는 그 어떤 무게로 너는 남아있구나.

누구나 추억은 그리움이 되겠지만 우리가 함께한 많은 시간들은 참 아름다윘다. 이제는 너를 가슴에 담아두고 생각 날때마다 그리워하마. 다음에 만날때까지 잘지내라. 아랏제? 끄득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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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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