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방화 악몽 되풀이 안 돼" 대구 노후된 업무시설 건물 합동점검

서부소방서·서구청 등 합동점검반 업무시설 특별점검
오래된 건물일수록 소방설비가 부족하고, 고층일수록 피해 커

5일 오전 10시 50분쯤 찾은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업무용 건물. 대구 서부소방서와 서구청 등 합동점검반이 건물에 비치된 소화전을 살펴보고 있다. 임재환 기자
5일 오전 10시 50분쯤 찾은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업무용 건물. 대구 서부소방서와 서구청 등 합동점검반이 건물에 비치된 소화전을 살펴보고 있다. 임재환 기자

5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업무용 건물. 서부소방서와 서구청 등 합동점검반 3명이 소방 설비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점검반이 문제점들을 강하게 지적하자 건물 관계자들이 시정을 약속했다.

지난달 발생한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와 관련해 5일 합동점검반이 화재 예방을 위한 특별점검에 나섰다. 점검 대상은 ▷준공 20년 이상 ▷5층 이상 ▷연면적 3천㎡ 이상 등 3 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업무용 건물 217곳이다.

이날 합동점검반이 첫 번째로 찾은 서구 평리동 한 업무용 건물은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지난 1994년 준공됐다. 점검반은 가장 먼저 '소방설비 작동기능점검표'를 확인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건물 관계자들의 역할이 담긴 '소방계획서'도 꼼꼼히 살폈다.

서류상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소방설비를 확인하자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 소방청의 '피난기구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업무시설은 3층 이상부터 완강기가 설치돼야 하는데, 설비는 있지만 사용설명서가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소화용수를 확인하는 기계 장치가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충분한 수량을 항상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하 2층 펌프실에 옥내소화전의 소화용수가 얼마나 차 있는지 확인하는 기기가 있어야 한다. 건물 관계자는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점검반은 소화전 내 낡은 소방호스에 대해서도 우려를 보였다. 김신식 소방위는 "오래된 소방호스는 낡으면서 삭는다. 불을 꺼야 할 때 호스가 갈라져 전개가 안 될 수도 있다. 건물 측에 살펴보고 교체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찾은 서구 비산동 업무용 건물. 이 건물은 소방용수 공급을 위한 송수구가 문제로 거론됐다. 건물 내 화재 발생 시 각층의 소화전에 물이 부족하면 소방펌프차량이 외부 송수구에 호스를 연결해 물을 채운다. 이때 송수구들이 각각 건물 어느 구역의 소화전에 연결됐는지를 알려주는 '송수구역 일람도'가 있어야 하지만 이곳은 없었다.

이재환 소방장은 "화재가 발생한 곳을 알아도 송수구에 송수구역 일람도가 없다면 적절한 곳에 물을 채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구청도 건물들에 대해 피난로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지 등을 살폈다. 건축법상 설치돼야 할 방화문과 피난계단 등이 있어야 하는데, 두 건물 모두 충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특별점검은 이달 20일까지 진행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불이 발생하면 인명피해가 크게 난다. 이런 사고를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점검이 시작됐다"며 "건물 관계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고, 시설투자 등 점검으로 인한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