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일본 육군과 해군은 견원지간(犬猿之間)이었다. 전쟁 수행 방식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지휘 계통도 육군은 참모본부, 해군은 군령부로 이원화돼 있었다. 대본영(大本營)이라는 통합지휘부가 있었으나 여기서 내리는 명령도 육군령(陸軍令)과 해군령(海軍令)으로 갈렸다.
이런 대립은 육군이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독자 건조하는 어처구니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육군은 해군이 상륙함 건조 요청을 거부하자 자체 설계로 배수량 8천108t의 신슈마루(神州丸)라는 상륙함을 1934년 12월 취역시켰다.
육군은 이어 신슈마루를 바탕으로 개량한 배수량 9천433t의 항공모함 겸용 상륙정 수송함 '아키츠마루'(あきつ丸·잠자리)를 건조해 1942년 실전에 투입했다. 갑판에 활주로가 있었지만 선체 뒤쪽에 소형 상륙함, 물자를 보관하는 데크 등이 있어서 이 함정에서 발진한 비행기는 다시 착함(着艦)할 수 없었다. 1944년 11월 15일 필리핀 마닐라로 수송선 호위 작전 중 미군 잠수함에 의해 격침됐다.
태평양전쟁 중반을 넘어서면서 미군 잠수함과 항공기에 의해 일본 수송선단이 궤멸되자 육군은 해군에 병력과 물자 수송을 의뢰했다. 해군이 들어줄 리 없었다. 그래서 1944년 배수량 270~370t의 소형 잠수정 마루유(まるゆ) 3척을 해군 몰래 건조해 병력과 물자 수송에 투입했다. 하지만 탑재량이 너무 적어 보급 기여 효과는 미미했다. 그나마 실전 투입 후 얼마 안 돼 1호는 급속 잠항 중 침몰했고, 2호는 임무 수행 중 행방불명, 3호는 미군 공습으로 침몰했다. 일본 육군은 해군과 합동작전 없이 이들 함정을 독자적으로 운용했다. 이렇게 군끼리 반목하고 대립하면서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현재 각 군에 분산돼 있는 미사일 공격과 방어 체계를 통합해 명령권자 한 사람이 지휘·통제하는 사령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북한 핵과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해도 30분 내에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작전과 발사 원점을 타격하는 공격작전이 동시에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미사일 운용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권명국 전 공군 방공포병 사령관(예비역 공군 소장)의 지론이다. 우리 미사일 운용 체계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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