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가브리엘레 뮌터

보리스 폰 브라우히취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풍월당 펴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여성이 온전한 인간으로 대접 받기 어려웠던 20세기. 여성이 예술가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당시 여성은 미술가라는 직업을 가지는 것은 물론, 공공기관에서 미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가브리엘레 뮌터는 여성 미술가를 '여자 환쟁이'라 낮잡아 부르고, 선천적인 아마추어라며 경멸하던 시대를 살아간 독일 작가다.

그녀는 인상주의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시기, 현대 미술의 탄생을 주도했다. 추상이라는 현대 미술의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독자적인 구상화의 세계를 창조했다.

이 책은 뮌터의 독립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다. 시대적 한계 속에서도 묵묵히, 그러나 거침없이 자신만의 방식을 자유롭게 실험했다.

그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카메라를 메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삶의 다양한 모습과 풍경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현했다. 당시 많은 예술가가 카메라를 기록의 수단으로만 여겼으나, 뮌터는 회화주의를 표방한 사진술을 시도했다.

실험과 새로운 영향을 받아들이는 데 항상 열려있었던 뮌터는 동판화, 석판화, 초상화 등 새로운 기법을 시험하기도 했다. 그녀가 그린 여성 동료들의 초상화에는 세련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또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산악 풍경에도 도전해, 산이 가진 야성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이렇듯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뮌터는 그간 스승인 칸딘스키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이 책은 뮌터의 삶과 작품에 칸딘스키가 미친 영향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관점으로 뮌터를 다시 보려고 노력한다.

함께 실린 뮌터의 작품들에서는 특이한 것을 알아보는 그녀만의 안목과 유머 감각, 일상적인 대상과 풍경에 대한 애착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296쪽, 2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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