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불안하다. 일을 할 때든 쉴 때든 잠시라도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면 온갖 걱정을 키워가며 불안해한다. 작년 겨울, 나의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그럴수록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일을 더 하고 친구들과의 약속을 더 잡았다.
그러던 중 내가 맡은 독서회에서 다음 모임까지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누군가 일부러 알고 나의 마을을 알고 정해둔 것처럼 매일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하는 나에게 이 책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불안에 대한 정의, 원인, 해법 이렇게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이 책에서 나온 불안의 해법보다도 원인에 대한 부분에 가장 인상 깊었다. 나의 불안이 어디서 왔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독서회 당일, 본격적인 독서회의 시작에 앞서 독서회 회원들이 각자 책에 대한 간단한 감상평을 주고받았다. 나는 불안함을 자주 느끼고 있었고, 그래서 이 책이 운명처럼 다가왔다는 내용을 말했다.
독서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때에 한 회원이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왜 불안하세요?" 나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꽤 긴 침묵이 이어졌고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저한테는 기준점이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잘 모르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또다시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고 이번엔 다른 회원이 말했다. "여기 책에도 나오지만 삶의 기준점을 잡으려면 양극단을 알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엄청 낭비도 해보고 절약도 해봐야 그 사이에서 기준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 계신 분들도 사서 선생님 나이 때 명확한 기준이 있으셨나요? 다 불안하지 않으셨나요?" 다른 회원들도 이 말에 크게 공감하며 저마다 나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독서회가 끝난 이후에도 이날 받은 위로들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오늘도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기준점이 없이 살아가고 있다. 당연히 책 한 권이 나의 불안을 모두 말끔하게 해소해 주지 못한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내 문제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아가는 차가운 이해와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가 더 해진다면 문제를 해결해 나갈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런 힘들이 쌓여간다면 나의 불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의 어떤 문제도 언젠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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