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국내 원전 생태계 육성과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이라는 목표를 세우면서 더 바빠졌다.
우선 체코·폴란드 등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국가는 정부 고위급 상대로 수주 활동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노형·기자재·운영·서비스 등 원전 수출 방식도 다각화하는 등 국가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수주 전략을 추진한다는 게 한수원 측의 계획이다.
정부는 범부처와 관계기관 등 민관이 모두 참여하는 컨트롤 타워 성격의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발족해 수주 역량을 모으고 있다. 또 주요 수출전략국을 거점 공관으로 지정해 전담관 파견도 추진한다.
원전 기자재 업체의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맞춤형 입찰정보 시스템을 올해 하반기 가동하고, 수출에 필요한 글로벌 인증 지원과 해외 벤더 등록, 수출 마케팅 지원 등도 강화할 방침이다.

◆체코, 2036년 상업운전 목표로 최대 3기 추가원전 검토
체코는 2035년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기존 원전 대체를 위해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 8조원을 들여 두코바니 지역에 1천200㎿(메가와트) 규모의 원전 1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신규원전 건설 발주를 위해 사업모델 확정, 재원조달 방안 마련, 저탄소에너지전환법 제정, 부지 승인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안보상의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를 신규원전 사업 입찰참여에서 배제한 뒤 한국, 미국, 프랑스를 대상으로 지난 3월 최종 입찰안내서를 발급했다.
이에 한수원은 체코신규원전 사업의 성공적인 참여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입찰 참여노형인 APR1000의 기술적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받기 위해 내년 1분기 안에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취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코는 2024년까지 우선협상자 및 최종 사업자를 선정, 설계 및 인허가 취득 과정을 거쳐 2029년 건설에 착수, 203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대 3기의 추가 신규원전 건설이 검토되고 있다.

◆폴란드, 신규원전 6기 건설 목표
폴란드는 지난해 신규원전 건설을 포함한 2040국가에너지정책 개정안을 발표하고 루비아토보와 코팔리노 2개 부지에 총 6천~9천㎿ 규모의 신규원전 6기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련 계획안에 따르면 2033년 신규원전 1기 운영을 시작으로 2043년까지 2~3년 단위로 6기의 원전을 순차적으로 건설한다.
한수원은 지난 4월 폴란드를 찾아 신규원전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한수원 측은 신규원전건설 주무부서인 기후환경부 차관과의 면담을 통해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과 우수성, 경제성, 폴란드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그간의 노력을 설명했다.
한수원은 폴란드에서 개최한 '한-폴 원전 포럼', '한-폴 기업간 B2B 회의' 등과 같은 만남과 더불어 폴란드 기업과의 MOU를 맺으며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 2028년 준공
이집트 엘다바 원전사업은 이집트 원자력청(NPPA)이 발주하고 ASE사가 수주한 설계·조달·시공(EPC)사업으로 1천200㎿급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한수원은 터빈건물 등 엘다바 원전의 2차 분야 80여개 건물과 구조물을 건설하고 기자재도 납품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2018년 본격적으로 사업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12월 ASE사로부터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 분야 건설사업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집트 사업환경과 유사한 UAE에서의 우수한 원전 사업관리 및 건설능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현재 한수원은 계약체결 추진을 위한 대내외 절차를 마무리하는 등 계약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UAE 원전 수주 후 10년간 추가 수출 성과가 없는 현 시점에서 엘다바 2차 분야 건설사업이 현실화된다면 한수원이 주도한 최초의 해외 원전 사업이 된다.
무엇보다 침체된 국내 원전산업계에게 새로운 활력이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그간 국내외에서 신규원전사업이 없어 건설사는 물론이고 기자재 공급 기업들도 재정 악화와 기술인력 보유에 어려움이 컸다. 때문에 관련기업들은 이번 기회가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익 창출과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엘다바 원전은 올 하반기 1호기 건설에 착수해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엘다바 원전을 통해 중동지역의 특화된 건설경험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당지역에 원전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게 될 전망"이라며 "특히 한국형 원전이 아닌 다른 노형 건설에 참여는 한수원에게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루마니아 원전, 한수원과 국내 원전기업 협업으로 사업수주
체르나보다 1, 2호기를 운영 중인 루마니아는 1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대형 설비개선 사업 및 3, 4호기 건설재개를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3년전 루마니아를 찾아 총리 등 정부 고위급 인사와 원자력 공사 CEO를 만나 원전사업 참여의지를 밝혔다.
그 결과 2020년 '노내 핵계측기 공급사업' 등 2건, 2021년 '주변압기 공급사업' 등 2건, 총 4건의 사업을 수주해 수행 중에 있다.
체르나보다원전 주변압기 공급사업의 경우 국내 원전기업인 일진전기와 협업해 지난해 8월 수주한 것으로, 금액은 700만유로(약 100억원) 규모다.
사업관리 및 품질관리는 한수원이, 기자재 설계 및 제작은 일진전기가 각각 맡았다. 주변압기는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의 전압을 높게 변환시켜 전력계통에 연결하는 원전의 핵심설비로 한수원이 원전의 대형 기자재를 해외로 수출한 첫 번째 사례다.
한수원은 루마니아에서 삼중수소 제거설비 및 방폐물저장고 건설사업 등 후속 대형사업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해외시장 진출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많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국내 원전생태계를 자연스럽게 육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해외 원전 시장에 진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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