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난립한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를 200개 이상(30%) 정비하기로 했다. 옳은 결정이다. 신속하게 결행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에 존재하는 각종 위원회는 행정의 비효율을 높이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며 "과감하게 정비해 예산을 절감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현재 정부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20개, 국무총리 직속 60개, 정부 부처 549개 등 629개나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73개나 늘어난 결과다. 이 중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최대 70% 가까이 줄이고 나머지 정부 위원회도 그 효과를 따져 30~50%까지 축소해 전체적으로 30% 이상을 정리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 과제 이행계획서에 담긴 20% 감축 목표보다 확대된 규모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행정기관들은 너도나도 위원회 증설을 강행했다. 기존의 행정 조직으로는 급변하는 행정 수요를 따라갈 수 없고, 다원화된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행정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그 논리였다. 실상은 전혀 달랐다. 관료들이 책임 회피를 위해 주요 사안에 대한 형식적 결정권을 '전문가 자문'이란 미명하에 위원회로 떠넘기는 게 일반화됐다. 위원회가 관료들의 '거수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정책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 명분을 제공한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 합리화 수단이란 비판을 받은 '2050 탄소중립위원회' 등이 대표적이다. 존재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곳도 숱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 2020년 한 해 동안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은 정부 위원회가 70개나 됐고, 딱 한 번 회의를 연 곳도 69개에 달했다. 이들 위원회 운영 예산은 2021년 기준 1천551억 원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만 연평균 33억 원이 들어간다. 국민의 혈세가 이렇게 탕진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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