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푸른 산빛이 카페의 따뜻한 풍경과 어우러진 범어동 야시골 공원의 둘레길을 걷다 보면 길을 따라 작은 박물관들이 숨어있다. 코로나로 2년 가까이 몸살을 앓았던 박물관들이 모처럼 사람들의 방문으로 생기 가득하다. 마을사람들끼리 모여서 오기도 하고, 단체모임에서 이왕이면 문화행사로 박물관에서 모임을 갖기도 한다.
분명 보기 드문 낯선 풍경이다. 우리는 전통 문화에 대한 소중함과 가치를 잘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이 현실이라는 공간에 들어서면 다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만큼 전통에 대한 생각과 실천의 간극은 크다. 전통과 현재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 전통을 현재에 이어가는 일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못한다. 분명 보기 드문 낯선 풍경에는 이유가 있었다. 대구시가 시민들의 문화 향수를 자극하고 전통 문화를 이으려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 6월 '대구형 문화소비할인쿠폰'이 그것이다. 오랜 시간 문화활동이 제한되었던 시민들에게 전통과 만날 수 있는 선물 같은 쿠폰이다. 그동안 공연, 연극 등에는 시행되어 왔지만 사립박물관에는 올해 처음으로 접목되었다.
길지 않은 역사를 살펴본다면 문화소비지원 방식은 '사랑티켓' 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랑티켓 제도는 문화향유 기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24세 이하 아동과 청소년,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의 공연과 전시 관람료 일부를 지원했던 사업이다. 복권기금과 지방정부의 예산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회관 연합회가 추진했다. 이 사업은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1991년부터 시작되었고 2001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운영되어 오다가 2016년 아쉽게도 사라졌다.
사업이 확대되어 '박물관 수'도 개관 이듬해인 2011년부터 사랑티켓 사업기관으로 선정되었다. 돌이켜보면 2016년까지 대부분의 박물관 단체관람객은 이 사랑티켓의 예산으로 방문한 학생들이었다. 이 제도를 홍보하기 위해 학교나 유치원을 방문하였고, 대학의 강단에서도 틈틈이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좋은 제도이니 본인들의 권리를 활용하기를 바란다는 홍보를 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현재와 과거를 잇는 박물관의 콘텐츠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기회를 시민 스스로가 찾아서 챙겨야 한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설명하고 있다.
문화정책은 기본적인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긴 호흡의 정책과 불꽃처럼 문화의 꽃을 드러낼 수 있는 단기적인 정책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대구형 문화소비할인쿠폰은 꾸준히 문화소비를 확대하고 전통과 현재를 이어가며, 더불어 한 도시의 문화역량을 키워가는 정책이다. 낯선 풍경이 익숙한 경험으로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 때 한류의 토양이 단단하게 다져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아이디를 만들고 로그인을 해야 하는 까다로운 관문을 뚫고 스스로 티켓을 구매하는 수고로움은 시민들을 위해 덜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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