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만 투입하면 저절로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는 그런 재정만능주의 환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 운용 방향과 재정 개혁 과제 등을 논의하고 밑그림을 그리는 첫 번째 국가재정전략회의가 7일 충북대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엔 윤 대통령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장·차관 등 정부 인사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 등 30명이 참석했다.
특히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곽노정 SK 하이닉스 대표이사, 하정우 네이버 AI랩 연구소장 등 민간인 9명도 참석,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새 정부 재정의 정책과제 ▷성장 동력 재가동 ▷인재양성·문화융성 지원 ▷성장-복지 선순환의 4개 세션을 놓고 토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향후 5년 간 우리나라 재정 운영의 밑그림을 그리는 매우 중요한 자리"라면서 "탄탄했던 재정이 국가신인도에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적받을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년 간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돼 2017년 600조 원이었던 국가채무가 400조 원이나 더 증가해 올 연말이면 1천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증가 규모와 속도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재정 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가 또 다시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의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당면한 민생 현안과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부터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공공부문의 자산을 전수조사해 기관 보유의 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자산부터 적정 수준으로 매각 처분해야 하고, 공무원의 정원과 보수도 엄격한 기준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재정이 민간과 시장의 영역을 침범하고 성장을 제약하지 않았는지, 이른바 구축효과가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불필요한 지출, 낭비된 예산을 강도 높게 조정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회적 약자는 더 어려워진다"며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이 어려운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을 긴축해 조성된 자금으로 이분들을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초격차 전략기술 육성, 미래 산업 핵심 인재 양성 등 국가 미래 먹거리와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사업에 과감하게 돈을 써야 하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준칙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회의가 열린 곳이 충북대임을 강조하면서 "지역 균형발전과 인재 양성이 새 정부의 핵심 어젠다이고, 앞으로 우리의 재정이 청년과 미래 세대를 위해 쓰여야 한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지방 국립대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금까진 주로 청와대나 정부세종청사, 서울청사 등에서 열렸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재정을 보면 국가의 미래가 보인다. 재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된다"며 "나라의 재정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내는 재정 운용 전략을 마련하자"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존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회의가 열렸는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며 이날 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이수만 SM회장 등이 참석한 것도 K-팝 한류 문화의 중요한 전략을 짠 분으로 앞으로 한류가 어디로 가야 할지 등 인재 양성과 문화융성 지원 방안에 대해 고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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