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가끔 '지역문학'과 '지방문학'이라는 말을 혼용해서 쓰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작지만 민감한 차이이기도 한데, 그럴 때마다 종종 여기서 혼용되는 이 두 가지 문학이 과연 같은 '문학'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서울 이외의 지역을 가리키던 '지방'이라는 말이, 어느덧 동등하고 포괄적인 의미의 '지역'으로 대부분 바뀌어 불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무슨 차이가 있냐고 시큰둥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 아마도 그런 시큰둥함은 오늘날 '지방'에서 '지역'으로 변화된 명칭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보는 데서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명칭만 바뀌었을 뿐 변한 게 없다는 뜻이다.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런 입장에서 보자면 체감 상으로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방'에 살고 있는데, 그걸 굳이 동등한 의미의 '지역'이라고 바꿔 부르는 게 더 이상한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런 맥락으로 본다면 '지역문학'이나 '지방문학'이 사실 하등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두 가지 말을 혼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단순히 인식의 문제만이 아니다. 예컨대 '지역' 혹은 '지방'으로 대표되는 오늘날 여러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런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데 그렇게 보자니 여기서 쓰는 이 '문학'이라는 말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령 대구문학을 예로 들어보자. 부산문학이나 광주문학, 제주문학도 좋다. '지역'의 의미와는 정작 다른 '지방'의 현실처럼, 이들 '지역문학' 혹은 '지방문학'으로부터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것도 어쩐지 실제로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가령 우리는 이로부터 '독자'를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데, 독자만이 아니다. 서점이나 출판사, 혹은 문학을 이루고 있는 여타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우리가 이들 문학으로부터 체감하는 건 대부분 그 지역의 작가나 그들의 작품, 즉 '문단'이라는 범주에 한정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실은 이것도 '문단'이라고 불러야 맞는 게 아닐까. 체감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단'의 모습인데, 그걸 굳이 '문학'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찌 보면 이상한 일이다. 오늘날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지방'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곳들을 굳이 '지역'이라 바꿔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것을 여전히 '문학'이라고 부르고 있을까. 어쩌면 '지역문학'과 '지방문학'의 근본적인 차이는 그것을 '문단'이 아닌 '문학'이라 부르고 있는, 이 의아한 문제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령 '지역'이라는 말에는 현실성이 없다고 시큰둥해하면서, 정작 왜 이처럼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명칭은 그대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말마따나 명칭만 바뀐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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