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심화 등 지역 대학은 그야말로 위기의 시대다. '지방소멸'이라는 암울한 전망 속에서, 생존을 위해 새로운 기회를 열어야 한다.
전국 4년제 대학을 대표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 홍원화 경북대 총장을 만나 지역대학의 경쟁력 확보와 위기 극복 방법을 들었다.
◆'낙동강 반도체라인' 만들자…특성화가 지방대 경쟁력
홍 총장은 최근 논란이 된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증원에 대해 가장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수도권 집중을 부치기는 정원 규제 완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지방대가 첨단산업 인력을 키워낼 높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적인 교수진과 첨단 실습 시설 등 교육인프라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홍 총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들은 고도화된 인력을 요구한다. 반도체 학과를 지역에 만들어도 산업 현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다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반도체 학과 논란은 특성화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교훈이다. 그는 "1970년대부터 경북대는 거점대학으로 전기·전자·통신을 특성화해 삼성과 LG 등으로 수많은 전문인력을 배출했다"면서 "이를 통해 국가산업은 물론 지역발전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낙동강 반도체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북대를 비롯해 대구경북의 여러 대학을 묶어서 하나의 클러스터를 만들자는 것이다. 큰 거점을 형성해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지역의 반도체 산업을 키우자는 복안이다.
그는 "앞으로 반도체 등 새로운 첨단산업으로 특성화해야 한다. IT대학을 비롯해 재료와 화학, 물리, 수학 등 경북대 내 다양한 전공들이 반도체와 관련돼 있다"며 "지역대학들의 연구개발 역량과 교육인프라를 하나로 뭉쳐 상승 효과를 내야 한다"고 했다.
◆지자체와 지역대학은 산업 육성 동반자
그는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거점 국립대인 경북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역 대학의 인재 육성 권한을 지자체에 넘기면, 결국 지역대학의 경쟁력이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지자체와 지역대학은 미래 산업 육성의 동반자인 것이다.
홍 총장은 "대구시는 5대 핵심 산업 분야로 반도체, 플라잉카, 헬스케어, 로봇, ABB(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를 제시했다. 이에 경북대도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TF조직을 구성해 운영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첨단 의료기술 분야의 혁신을 위해 경북대병원과 함께 태스크포스를 꾸려 의료인공지능센터와 빅데이터 허브 구축 등의 사업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고 대구시와 협업 계획을 밝혔다.
경북대는 드론과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기술 개발과 더불어 차세대 항공 모빌리티 실증센터 구축 사업 계획을 대구시와 함께 만들어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로봇과 ABB 분야도 기계공학과를 중심으로 '지능형 서비스 로봇 산학연 협력 클러스터' 구축 등의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홍 총장은 "이러한 각종 사업 구상들은 대구경북에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는 원천이 될 것"이라며 "경북대는 연구개발과 산학협력, 인재양성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의 지자체 이양 구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자체가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재정 안정성을 위협받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지자체의 재정구조가 개선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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