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되자 코앞으로 다가온 여름휴가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자주 오간다. 땡처리 항공권을 운 좋게 구했다던가, 인기 호텔을 가까스로 예약했다는 무용담이 난무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대화에 끼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반려동물과 둘이 사는 사람들은 휴가철이 마냥 즐겁지만 않아요. 개를 두고 가자니 마음에 걸리고, 데려가자니 고생길이 훤하고. 어디 놀러 가더라도 당일치기가 대부분이에요" 대구 달서구에 사는 서수애 씨는 반려동물 한 마리를 키우는 1인 가구다. 수애 씨는 최근 반려견 꾸미와 3박 4일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 제주도 여행 결심. 항공권부터 예약
"이번에 마음먹고 3박 4일 제주도 티켓을 예약했어요. 우리 반려인들도 길게, 그리고 멀리 여행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웃음)"
반려동물이 비행기를 이용하려면 기내 탑승과 수화물 위탁이라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기내 탑승은 반려견과 견주가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고 수화물 위탁은 수하물 짐칸에 따로 실려 가는 것이다. "기내 탑승을 하려면 몸무게 제한이 있어요. 대부분 7kg으로 제한되는데 티웨이 항공만 9kg까지 탈 수 있더라고요. 몸매 유지를 해놓길 잘했죠. 하마터면 짐칸에 실려갈 뻔했지 뭐예요" 운송 요금은 편도 2만원, 왕복 4만원이다. 항공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성인 고객 1명 당 한 마리로 탑승이 제한된다.
"대구공항에 평소보다 일찍 갔어요. 꾸미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보는 게 처음이기도 하고 반려동물 동반 승객은 사전 체크인이 안 된다고 해서요" 반려동물 동반 승객은 운송 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생후 8주 이상이고 건강 상태가 양호하며 불안정하거나 공격적이지 않다' 등의 몇가지 항목에 체크하면 된다.
그리고 나면 직원이 반려동물 상태를 확인한다. 견종을 묻고 운반 용기를 포함한 반려동물의 몸무게를 잰다. 반려동물 운반 용기는 외부가 매쉬망으로 가려지는 이동 가방을 준비하면 된다. 항공사별로 운송 케이스 혹은 펫박스를 파는 곳도 있다. 모든 수속이 끝나면 사람과 강아지에게 탑승권 두 장이 주어진다. 강아지용 탑승권에는 '꾸미' 이름이 떡하니 박혔다.
"멍멍" "멍멍" 비행기가 이륙할 때 한차례 소란이 일어났다. 이륙할 때 사람도 귀가 멍해지는데 오감이 발달한 강아지의 귀가 멍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꾸미가 탔던 비행기에 강아지 몇 마리가 더 탔었는데, 비행기가 뜨기 시작하자 그 강아지들이 짖기 시작하더라고요. 꾸미도 따라 짖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 소리도 안 내더라고요"
꾸미는 실전에 강한 강아지였다. 집에서 연습한다고 가방 문을 다 닫고 있으면 열어달라고 물고 짖고 난리도 아니었단다. "연습 몇번 해보고 비행기 타길 정말 잘했다 싶었어요" 반려견을 담은 이동 가방은 이착륙 시에 보호자 발밑에 둬야 한다. 무릎이나 좌석에 올리거나 가방을 열어서도 절대 안 된다. 승객 중에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고,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위해 제공되는 음료나 기내식은 없다. "꾸미씨 물 드릴까요?" 직원의 호의 대신 "우와 강아지 귀엽다" 라는 승객들의 관심만 있다. 강아지 동반 승객 자리는 제일 끝자리에 고정으로 배치되는데 비행기 탑승 때 모든 승객들이 강아지를 볼 수 있는 위치다. 펫 유니폼을 살 수 있는 기회도 있다. 티웨이 항공은 승무원 스카프와 케이프로 구성된 반려동물용 유니폼을 기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 '반려견 동반 가능' 관광지 찾아 떠나요
"제주도에 도착해서는 예약해둔 렌터카를 찾으러 갔어요. 짐도 많고, 대중교통 타는 것도 제약이 많으니 반려견 동반 여행객에게 렌터카는 필수에요" 렌터카 업체 중에는 반려견 동반이 안 되는 곳이 많다. 배변 실수나 털 날림이 기피 이유다. 수애 씨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렌트 업체로 예약했다.
하지만 몇 가지 정해진 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차량 이용 때에는 반려동물을 케이지에 들어가게 해야 하며 1마리에 한하여 동반이 가능하고 몸무게도 10kg 이하만 이용 가능하다. 오물이나 악취로 인해 오염이 발생하면 클리닝 비용이 청구된다는 고지도 받는다.
숙소에 짐을 다 내려놓자 수애 씨는 진이 다 빠졌다. 꾸미 짐이 어찌나 많으니 차와 숙소를 몇 번이나 오갔다. "꾸미가 최대한 불편함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 육지에서 쓰던 물건을 바리바리 싸 들고 갔어요. 사료, 물병, 간식, 하네스, 기저귀, 배변패드, 빗, 영양제, 수건. 나열하기도 벅차요. (웃음)" 꾸미의 애착 베개까지 들고 갔다고 하니 꾸미의 집을 통째로 옮겨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려동물은 낯선 환경에서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을 먹으면 설사나 구토를 하기 쉽다. 반드시 평소에 먹는 사료와 간식을 챙겨와 주는 게 좋다. 인식표와 리드줄도 필수다. 기분 좋게 떠난 여행에서 반려견을 잃어버리는 끔찍한 일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적이 드문 곳이라도 목줄을 풀어선 안된다. 급할 때 사용 가능한 상비약이 담긴 구급상자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여름휴가는 보통 동물병원이 흔치 않은 곳으로 가기 마련이다. 설사약, 알레르기 약 등의 상비약과 소독약, 지혈제, 거즈 등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여행 전에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간단한 검진을 통해 컨디션을 확인하는 것도 추천한다. 외부 활동이 잦아질 것을 대비해 기생충을 예방하기 위한 약을 먹이면 더 좋다.
◆ 반려동물 동반 여행, 아직 부족 한 것 많아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2 반려동물 동반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반려견 동반 당일 여행을 경험한 응답자는 65.7%로 연평균 경험 횟수는 2.1회였다. 또 74.4%가 '향후 반려견 동반 국내 여행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반려견 동반 국내여행이 어려운 점으로는 반려견 동반가능 숙박 시설 부족 55%, 식음시설 부족 49.5%, 관광지 부족 42.3% 등 인프라 부족에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반려견 동반여행을 원하는 이들은 많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견 동반 여행 중 제일 힘들었던 건 생각보다 반려동물 동반 식당이나 관광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어요. 제주도에 뭔가 많을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반려동물 동반이 안되는 곳이 많더라고요. 선택지가 많이 없어서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는 게 아쉬웠죠"
숙소 예약부터 쉽지 않다. 홈페이지에는 '반려견 동반 가능'으로 돼 있고 객실 현황에서도 빈방이 있다고 나오지만 숙소 주인이 "안 된다"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 어렵사리 숙소를 해결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목적지의 관광지를 검색하고 시설 이용료, 주변 맛집, 카페 등을 검색해 본다. 가능한 몇 곳을 골랐으나 안심은 되지 않는다. 막상 가보면 또 다를 수 있어서다. 반려견 동반 입실이나 시설 이용을 제한하거나 추가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성수기에는 이런 사례가 더 많다.
부족한 인프라만 탓할 수도 없다. 반려인 스스로 '펫티켓(펫+에티켓)'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행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반려동물 목줄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던가, 배변을 치우고 가지 않는 견주들도 종종 발견돼요"
여행지는 반려동물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거나 무서워하는 사람 등 비반려인들도 찾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의 안전을 위해 목줄, 하네스(가슴줄) 등 반려견을 제어할 도구가 필수다. 배변물을 치울 봉투 등 청소도구들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서로 배려를 해야 반려동물이 여행하기 좋은 인프라도 더 많이 생기겠죠. 이번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 용기가 생겼어요. 꾸미와 앞으로도 많이 다닐거에요. 육지에서는 못 맡던 새로운 냄새들을 가득 맡으며 꾸미가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해가 지날수록 반려동물 인프라나 펫티켓이 나아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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