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파워풀 대구 페스티벌' 행사장에 다녀왔다. '컬러풀 대구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거리 축제다. 팬데믹 여파로 우여곡절 끝에 3년 만에 열리며 이름이 '파워풀'로 바뀌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내세운 도시 슬로건 '파워풀 대구'와 운율을 맞춘 개명(改名)이라고 해석된다.
정치인들은 마이크를 쥐면 말이 길어진다. 그것이 정치인들의 '클리셰'이지만 홍 시장은 개막 선언만 짧게 했다. 보여주기식 의전을 탐탁지 않아 하는 평소 이미지대로였다. 문득 3년 전 열린 이 축제의 개막식이 떠올랐다. 그때에는 권영진 당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같이 입장했다. 공동으로 개회 선언을 했고 이벤트도 함께했다. 대구와 경북의 광역단체장이 손잡고 다니는 모습이 신선했다.
그러나 올해 개막식에서 그런 모습은 없었다. 확인해 보니 이날 이 지사는 다른 곳에서 특강을 했다고 한다. 대구시가 올해 개막식 초청 대상에서 이 지사를 일부러 빼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구 행사인데 매번 경북도지사를 초청하라는 법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모처럼 다시 열린 대구 대표 시민 축제에 경북도지사가 나타나 축하를 해줬다면 훨씬 보기가 좋았을 것이다.
사실, 이철우 지사와 권영진 전 시장은 '합'(合)이 잘 맞기로 유명했다. 역대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가운데 유대감이 가장 돈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람은 영천 호국원에서 합동 참배를 하면서 새해 첫날 업무를 시작했고 경북도민체전에 나란히 입장했다. 둘은 "대구경북 한 뿌리"라는 말을 자주 했다. 시·도지사 교환 근무만 네 차례다. 시·도청 간의 교류 및 소통 사례가 다수이지만 그중 하이라이트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및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이었다.
그러다가 7월 1일부로 대구시장이 바뀌었다. 그런데 항간에서는 홍·이 간의 유대가 권·이 시절보다 못할 것이라는 다소 섣부른 전망이 나돈다. 홍 시장 취임 이후 대구시와 경북의 주요 정책 공조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등 굵직한 이슈에서 둘 간의 견해 차이가 노출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하긴 이철우·권영진이 보여준 찰떡 조합이 오히려 이례적일 수 있다. 재선에 성공한 경북도지사와 전임 대구시장이 공유했던 정책 기조를 후임 대구시장더러 승계하라고 종용할 수도 없다. 게다가 두 사람의 정책 방향과 판단 가운데 어느 것이 최선의 결과를 낳을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각 지자체의 수장은 이견을 가질 수 있다. 각자 정치적 상황과 입장 때문에 생긴 어느 정도의 앙금이 홍 시장과 이 지사 사이에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둘은 공동 유세를 하는 등 유대감을 과시한 바 있다. 더구나 둘은 영남중학교 선·후배 사이다. 국회의원 시절 둘의 국회의사당 의원실은 복도 맞은편에 있었다. 오해와 서운함이 생기더라도 풀 수 있는 인연의 끈이 둘 사이에 있다고 봐야 한다.
두 사람이 한마음이 돼야 빨리 갈 수 있는 게임이 있다. 이인삼각(二人三角) 달리기이다. 상대방의 몸짓을 이해하고 배려하면 처음엔 느린 것 같아도 결과적으로 빨리 갈 수 있는 게임이다. 지방소멸 시대 대구경북은 함께 뛰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구보다 홍 시장과 이 지사는 그 점을 잘 알 것이라고 믿는다. 두 사람의 이인삼각 플레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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