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이 넘은 대구 북구 칠성동 '피란민촌' 개선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매일신문 구하라 시리즈(2021년 6월 23일 보도) 보도 후 정비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지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다 의견수렴도 어렵기 때문이다.
11일 북구 칠성동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과거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수용소로 쓰이던 건물에 사는 주민은 이달 초 기준 19가구 20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월세 5만원가량 내는 세입자다. 지난해까지 26명이 거주했으나 고령의 노인들이 요양원으로 떠났고 일부는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건물은 무허가 건축물인 탓에 정확한 준공 시점은 알지 못한다. 주민들은 "최소 70년 이상은 된 집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6일 찾은 피란민촌은 1년 전 방문했을 때와 다를 게 없었다. 집 주변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와 벌레들이 들끓는 것도 똑같았다. 문이 열린 한 집의 지붕은 뚫려 있었고 곰팡이가 가득했다.
주민 A씨는 "여기 집들은 집이라고 보기 힘들다. 며칠 전 소나기가 내리면서 옆집은 또 한 번 내려앉았다"며 "대구에 이렇게 사는 데가 또 있겠나"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기대했던 정비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붕과 외벽 등 비교적 대규모 정비를 위해선 지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주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 의견수렴이 어려웠다. 칠성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사유 재산이라며 간섭하지 말라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주가 동의해도 피란민촌의 기형적인 집 구조가 발목을 잡는다. 피란민촌은 4개 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1개 동에 최소 4곳 이상 집들이 붙어있고 지붕도 하나로 연결돼 있다. 한 집을 정비하다 자칫 1개 동 전체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
서정인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피란민촌 건물들에 쓰인 목재는 주택용이 아니라 창고용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의 수명이 다해 붕괴 위험이 있다"며 "지자체가 지주들에게 정비 이유를 밝히고 동의서를 받아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건축물관리법상 개인 건물은 본인이 관리해야 한다"며 "구청이 나서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 용역으로 개선 방향이 정해진 후에야 지주들과 접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어떠한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